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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라 7
킨다이치 렌쥬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3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틀에 박힌 사랑은 없다
《라라라 7》
킨다이치 렌주로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3.25.
《라라라 7》(킨다이치 렌주로/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을 읽고서 ‘집안을 이루고 살아가는 길’을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왜 짝을 지을까요? 우리는 굳이 짝을 짓는 뜻이 있을까요? 아이를 왜 낳을까요? 또는 아이를 왜 안 낳을까요? 아이를 낳기에 우리 아이만 이쁜지요, 아이를 낳기에 모든 아이가 이쁜지요? 아이를 안 낳지만 모든 아이가 이쁜지요, 아니면 아이를 안 낳기에 모든 아이가 싫은지요?
우리가 처음 이 땅에 태어나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 어른이 되어 짝을 맺는다면, 가시내랑 사내라는 몸을 하나로 모두어 새롭게 꿈을 꾸는 아기라는 사랑을 낳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사랑이란 구경조차 한 적도 없다시피 자란 채 몸뚱이랑 나이로만 어른이라면, 아기를 낳기 싫기 마련일 뿐 아니라, 아기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가를 모르기 쉽고, 아기하고 새롭게 짓는 살림은 아예 생각조차 못 하지 않을까요?
아이를 낳고서 들볶거나 괴롭히는 어버이가 참 많다고 합니다. 이에 못지않게 아이를 낳고서 가없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동무로 지내는 어버이도 많아요. 다시 말하자면, 아이를 싫어하거나 꺼리거나 미워하거나 들볶는 어른하고, 아이를 좋아하거나 반기거나 사랑하는 어른이 ‘나란히 많’습니다.
차분하게 돌아보면 좋겠어요. 우리가 오늘 어른이란 몸이라면, 어른이기 앞서 아기로 태어나야 했고, 어린이란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기랑 어린이를 거치고 푸름이로 보낸 날이 있기에 어른이 돼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아기살이 아이살이 푸른살이를 지나왔나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어린날이며 푸른날을 보내고서 오늘 어린이나 푸름이로 살아가는 숨결을 만날까요?
그림꽃책 《라라라》는 몇 가지 줄거리를 다룹니다. ‘어버이’를 다루고, ‘짝맺기(혼인)’를 다루고, ‘아이를 마주하는 어른스럽거나 안 어른스러운 살림’을 다루고, ‘아이는 무엇을 바랄까’를 다루고, ‘사랑을 틀에 맞추거나 박아 놓을 수 있는가’를 다룹니다. 여기에 하나 더 ‘몸’을 다루지요.
아주 마땅합니다만, 사랑은 사랑일 뿐입니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손잡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아기낳기가 아닙니다. 오직 사랑일 적에 둘은 어떤 빛인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사랑이 아닌 몸이라면 둘은 빛날지 안 빛날지를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참말로 사랑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오늘이 되어야 할는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ㅅㄴㄹ
“하지만, 느닷없이 이렇게 다 큰 자식을 보살피게 되면, 분명 두 사람에게 예전보다 더 많은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흐음. 자꾸만 열등감이 느껴지나 보구나?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긴 상당히 힘들겠지.” (11쪽)
“분명 괜찮을 거야. 나랑 키리시마도 원래는 타인이잖아. 타인이 모여서 가족을 만든 거니까. 전원 한 핏줄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어.” “그렇겠죠?” (21쪽)
“준이 안 고르겠다면, 내 센스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난 깜놀할 정도로 대충 고를 거라고. 네 눈을 의심할 만한 방이 되어도 괜찮겠어?” “에에에엑?” (36쪽)
‘이미 충분히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바빠서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도, 이렇게 착한 아이로 키워 준 사람이 맡긴 아들.’ (42쪽)
“그 준이라는 애가 어지간히도 널 좋아하나 보다. 같이 살더라도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관심 없으면 모르는 법이니까. 애한테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야.” (89쪽)
“난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멋진 선물을 주는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117쪽)
“예전 엄마랑 같이 만들었던 만두도 이런 식이었어?” “아무래도 맛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같이 만드는 사람 수가 늘어난 만큼 재미도 커진 것 같애. 아마도 난 같이 만드는 과정도 포함해서 만두를 좋아했던 것 같아.”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