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고양이 - 진정한 동물 영웅들 시튼의 동물 이야기 5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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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57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뒷골목 고양이》(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 지호, 2003)는 아프면서 따스한 책입니다. 아프지만 따스하고, 아프기에 따스한 책이랄 수 있습니다. ‘시튼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런 얼개예요. 오래오래 사람하고 함께 지낸 숱한 이웃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새 ‘이웃 아닌 고깃덩이’밖에는 아닌 듯 바라보는 눈길 탓에 괴롭고 아프며 고단한 삶이 춤춥니다.


  어느 한켠만 아프지 않습니다. 골목고양이도 아프고, 골목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아픕니다. 한켠은 몸이 아프고, 다른켠은 마음이 아픕니다. 숲을 돌보는 곰도 힘겨우며, 곰을 사냥하려는 사람도 힘겹습니다. 한쪽은 몸이 힘겹고, 다른쪽은 마음이 힘겹습니다.


  늑대를 쫓아내고서 빠른길을 닦고 나무를 베고 잿빛집을 올린 사람은 즐겁게 살아가나요? 그처럼 넓디넓은 숲이며 들을 밀어내고 번쩍거리는 큰고장을 세운 사람들은 ‘서로 땅을 알맞게 나누면서 사이좋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가요?


  숲이나 들이나 멧골에서 여우가 사라진다면 ‘여우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우를 둘러싼 모든 숲짐승하고 새가 얽혀서 같이 죽거나 괴롭습니다. 이뿐인가요? 풀꽃나무도 ‘사라진 여우’하고 맞물려 나란히 고달픕니다. 그리고 사람한테까지 이 슬픈 수렁이 찾아들지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숲이며 들이며 멧골을 밀거나 깎은 사람일 텐데, 한때 주머니에 돈 몇 푼 들어와서 히히덕거릴는지 모르나, 어느새 빈털털이가 됩니다.


  사람은 숲을 밀어내면서 왜 빈털털이가 될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나요?

  옛이야기가 쉽게 알려줍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지요? 거위는 날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조금씩 낳아요. 거위가 날마다 낳는 ‘노랗게 반짝이는 돌’은 가난하던 살림집을 조금씩 일으킵니다. 다만 크게 일으키지는 않아요. 먹고사는 근심을 씻어낼 만큼 일으키지요.


  사람으로서 거위를 아끼고 보살피고 다독이는 나날이라면 그 살림집은 내도록 넉넉합니다. 알맞게 받아서 누리고, 알맞게 모아서 건사하는 길이라면, 그 사람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살림집은 넉넉할 테지요. 그리고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어미 거위’는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새끼 거위’도 낳지 않겠어요? 다만 꼭 한 마리만 낳겠지요.


  젊은 날에는 손꼽히는 사냥꾼이었다는 시튼이지만, 늑대 우두머리를 괘씸한 덫을 놓아서 잡아죽인 뒤로는 ‘사람이야말로, 아니 서울살이에 길든 사람이야말로, 이 푸른별에서 가장 더럽고 못나고 끔찍하고 사납고 나쁜 목숨붙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지요. 그때 뒤로 사냥총을 버린 시튼은 붓을 쥐었다지요. 이러면서 ‘이 푸른별을 물려받아서 살아갈 어린이가 읽을 이야기’를 차곡차곡 써내려 갑니다. 그동안 스스로 벌인 짓을 눈물로 뉘우치는 마음을 담아서 온갖 사랑길을 밝히고, 《뒷골목 고양이》는 숱한 사랑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꽃처럼 말하고 읽는 어른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꽃답지 않다면 ‘말답지 않다’는 뜻입니다. 누구를 놀리거나 깎아내리거나 비웃거나 비아냥거린다면, 우리는 어른이 아니지요. 그저 우리 입에서 나온 그 말이 고스란히 우리 모습인 셈입니다.


  어른이라면,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고 참을 참이라 말할 줄 아는, 철든 숨결이어야지 싶습니다. 봄에 봄노래를, 여름에 여름놀이를, 가을에 가을웃음을, 겨울에 겨울살림을 짓는 상냥한 몸짓일 적에 비로소 어른일 테고요. 돈을 벌어서 집안을 먹여살리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스러운 철든 길로 함께 손을 잡고서 나아가 보지 않으시겠어요? 꼭 한 걸음을 내딛으면 어른이라는 자리를 차츰 열 수 있습니다.


ㅅㄴㄹ


헤엄치는 법을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데도 헤엄을 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양이가 걸을 때 하는 동작이나 자세가 수영할 때와 똑같기 때문이다. (65쪽)


비둘기 주인은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내 비둘기, 내 아름다운 아놀프. 아놀프는 중요한 편지를 스무 번이나 전했소. 세 번은 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사람 목숨을 구한 것도 두 번이나 된다오. 그런데 고작 스튜를 만들려고 내 비둘기를 쏘다니. 당신을 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런 치사한 보복을 할 마음이 없소. 그래도 이것만은 지켜 주었으면 하오. 만약 비둘기 스튜를 먹고 싶어하는 가난한 이웃을 보거든 내게 오시오.” (93쪽)


(토끼몰이) 대회는 일 주일에 두 번씩 열렸다. 매번 40에서 50마리의 멧토끼가 죽었다. 그리고 우리에 있던 500마리 거의 대부분이 원형 경기장에서 잡아먹힌 것이다. (248쪽)


그해 초겨울, (아홉 살) 지미가 열병에 걸려 쓰러졌다. 늑대는 어린 친구가 그리워 마당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아이는 늑대와 같이 있고 싶다고 했고, 결국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아이가 아파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갔다. 거대한 야생 개, 아니 늑대는 자기 친구의 침대 옆을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켰다. (310쪽)


말을 길들이는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는 것처럼 순록을 길들이는 사람에도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순록을 사람을 따르도록 만들고 가르쳐서 생기 있고 친절한 조력자로 만드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순록을 불만이 가득찬, 그래서 언제든 반항을 하거나 증오를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노예로 만드는 사람이다. (3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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