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며칠 동안 찬바람이 드셌습니다. 그렇다고 고흥까지 얼어붙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고장에서는 첫눈이 온다고 했어도 고흥은 하늘만 파랄 뿐 구름조차 적었어요. 외려 찬바람이 부는 만큼 낮하늘은 더 파랗고 밤하늘은 더 까맣더군요. 읍내마실을 할 적에는 굳이 긴바지를 꿰지만, 집에서는 반바지입니다. 밤에는 집안이 13도까지 내려가던데, 이만 한 날씨는 반바지로 거뜬합니다. 마당에서 이 겨울에 맨발로 나무 곁에 서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숱한 별자리를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동무님’이나 ‘이웃님’이나 ‘손님’처럼 쓰기도 하고, ‘땅님’이나 ‘풀님’이나 ‘바다님’이나 ‘꽃님’처럼 쓰기도 해요. 거룩하면서 예쁘고 반가우면서 사랑스럽기에 붙이는 ‘님’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한테도 ‘임금+님’처럼 ‘임금님’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위아래가 따로 없이, 높낮이가 딱히 없이, 누구한테나 ‘님’이라 했어요. 풀 한 포기하고 임금 한 사람도 똑같다는 마음으로 모두 ‘님’이었지요. 서로서로 아끼는 숨결이기에 상냥하고 즐거이 ‘님’을 붙였답니다. (102쪽)



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7)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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