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숲노래 우리말꽃 : 다문화



[물어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데요,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말은 어떻게 나아가야 좋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물어보신 대목을 이야기하기 앞서 ‘다문화’가 무엇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들출게요. ‘다문화(多文化)’처럼 한자를 붙이고,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말뜻을 살피니 “여러 문화”를 가리키는군요. ‘문화’라는 한자말은 이웃나라 일본이 바깥물결을 받아들이면서 영어 ‘culture’를 옮긴 말씨입니다. 우리는 이 일본스러운 한자말을 그대로 따라서 쓰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문화’란 낱말뿐 아니라 ‘문화’라는 낱말을 넣어 가리키는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느끼나요?


 여러 삶·온갖 삶·숱한 삶

 여러 살림·온갖 살림·숱한 살림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한겨레만 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여러 이웃나라로 퍼져서 살아갑니다. 곰곰이 보면 이 푸른별에 있는 모든 나라에는 ‘그 터전에서 처음 나고 자란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아니 어쩌면 맨 처음부터 모든 터전에서는 모든 사람이 울타리 없이 홀가분히 넘나들었지 싶어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많이 들어오기 앞서도 늘 어느 나라 어느 고장에서든 사람들은 가벼이 넘나들면서 이웃이 되고, 일을 함께했습니다.


  요즈막에 들어서 ‘다문화’ 같은 낱말을 지어서 쓴다면, 그만큼 이웃일꾼을 비롯해 이웃나라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안 좋게 본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우리가 슬기롭고 아름다이 나아가는 몸짓이라면 굳이 ‘다 + 문화’가 아닌 ‘문화’란 이름으로 넉넉하면서 포근히 품는 매무새여야지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면 어깨동무라고 생각합니다. 동무란 자리를 헤아려 봐요. 동무는 가까이 사귀는 사이입니다. 동무는 우리 집에서 살지 않아요. 동무는 이웃집이나 옆집이나 이웃마을이나 옆마을에 살지요. 때로는 이웃나라나 옆나라에서 살 테지요. 동무를 만나고 사귀고 어울린다면, 이러한 하루야말로 ‘다문화’입니다. 우리는 옛날부터 늘 ‘다문화’로 살았어요. 굳이 이런 이름은 없어도 됩니다.


 다문화 가정 → 온살림집 / 무지개집 / 다살림집

 다문화 시대 → 온살림 나날 / 무지개 나날 / 다살림 나날


  한자말을 그냥 쓴다면 ‘문화’라는 이름 하나로 되고, 따로 새말을 지으면 좋겠다고 여긴다면 ‘이웃살림’이나 ‘다살림·온살림’이나 ‘무지개’를 그리면 좋으리라 봅니다. ‘다살림’에서 ‘다’는 한자가 아닌 우리말입니다. ‘모두’를 가리키는 ‘다’예요. “모두 살리는 길”이라는 ‘다살림’입니다.


  세글씨로 맞추어 말한다면 ‘다살림’이 무척 어울리지 싶고, ‘온살림’도 퍽 어울립니다. 온누리·온마음 같은 낱말에서 쓰는 ‘온’도 크게 아우르는 모든 숨결을 나타내요. 온마음으로 이웃으로 어울리는 길을 나누고 싶다면 ‘온-’을 붙인 새말도 좋습니다.


다문화가 만나는

→ 여러 삶이 만나는

→ 온삶이 만나는

→ 다살림이 만나는


특히 다문화 다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 더욱이 온갖 삶겨레가 어우러진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 게다가 숱한 삶겨레가 어우러진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출생하는 아이 100명 가운데 4명이 다문화 가정 출신이야

→ 태어나는 아이 100 가운데 넷이 이웃살림 집안이야

→ 태어나는 아이 100 가운데 넷이 다살림 집안이야

→ 태어나는 아이 100 가운데 넷이 무지개 집안이야


  몇 가지 보기글에 맞추어 “여러 삶”도 ‘다살림·온살림’도 ‘무지개’도 ‘온삶’도 넣어 봅니다. 꼭 낱말 하나만 써야 하지 않아요. 바탕으로 한 가지 낱말을 놓되, 자리나 흐름이나 때를 헤아려 이모저모 조금씩 달리 이야기를 펴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이러면서 제 나름대로 새말에 새 뜻풀이를 붙여 볼게요. 새로우면서 아름답게 가꾸면 좋겠다고 여기는 길이라면, 이러한 길에 걸맞게 뜻풀이를 나란히 추슬러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하고 눈빛으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숲노래 말꽃]

다살림 : 다 있는 살림. 다 어우러진 살림. 다 만나는 살림. 어떠한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든 함께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만나는 살림. ‘다문화’를 가리킨다


온살림 : 무엇이든 고르게 있는 살림. 무엇이든 어우러진 살림. 무엇이든 고르게 만나는 살림. 모든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 고르게 있어서 알차게 어우러진 살림. ‘다문화’를 가리킨다


무지개 : 1. 빛을 받아 나타나는 일곱 가지 결로 이룬 띠나 무늬. 하늘에서 물방울이 길게 모여서 햇빛을 받아 나타나기도 하고, 촛불이나 유리창에 어리기도 한다. 빨강·귤빛·노랑·풀빛·파랑·쪽빛·보라 같은 빛깔로 나타나곤 한다 2. 저마다 다른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은 저마다 다르기에 곱거나 뜻있거나 값있거나 넉넉하다는 이야기를 빗대는 말. ‘다양성·다양한 가치’를 나타낸다


다살림집 : 어떠한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든 함께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만나는 살림으로 가꾸는 집. “다문화 가정”을 나타낸다


온살림집 : 모든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 고르게 있어서 알차게 어우러진 살림으로 가꾸는 집. “다문화 가정”을 나타낸다


무지개집 : 저마다 다른 빛깔이 곱게 어우러지는 무지개처럼, 저마다 다른 살림이 곱게 어우러지는 집. “다문화 가정”을 나타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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