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50


《대훈서적 책싸개》

 대훈서적 엮음

 대훈서적

 1990.



  큰책집에 가면 큰책집 이름을 넣은 종이를 한켠에 놓았습니다. 그곳에서 책을 사는 만큼 싸개종이를 받습니다. 작은책집에서는 작은책집 이름을 넣은 종이는 드물었고, 여느 싸개종이를 한쪽에 놓았어요. 1990년에 이를 무렵 어느새 책집에 종이 아닌 비닐을 놓습니다. 1995년에 열린배움터에 깃든 책집에서 일한 적 있는데 3월이나 9월에는 비닐을 책크기에 맞게 잘라 놓느라 무척 바빴어요. 요즈음 나라 곳곳에 마을책집이 하나둘 새로 태어나며 싸개종이가 몽글몽글 다시 깨어납니다. 마을책집마다 정갈히 싸개종이를 마련해서 이 마을책집 이름을 살포시 넣어요. 그곳에서 책벗으로서 책을 만난 손길을 더 헤아리도록 해주는 셈입니다. 지난 2020년 여름에 대전 〈대훈서적〉에 들렀다가 《한국교육의 사회적 과제》(차경수, 배영사, 1987)란 책을 집어서 읽는데, 이 책을 산 분이 겉에 ‘1990.4.15.’라 적고, 책 맨끝에 ‘1990.4.19.’라 적습니다. 산 날하고 다 읽은 날이로구나 싶어요. 그런데 이 책은 ‘1990년 대훈서적 싸개종이’로 겉을 덮었어요. 새책을 다루던 〈대훈서적〉은 이제 없고, 헌책을 다루는 새로운 〈중도서적〉이 있습니다. 새책집 한 곳은 떠났어도 싸개종이는 남아서 숱한 사람들한테 책노래를 들려준 자취를 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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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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