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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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68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문학과지성사

 2004.8.27.


  저는 담배를 안 피웁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은 담배짬을 안 누립니다. 그냥 일해요. 일하다가 숨을 돌리는 짬은 매우 짧다고 여길 만하지요. 둘레에서 “안 힘들어요? 좀 쉬지요?” 하고 묻고 “왜 힘들어야 해요? 저는 제가 쉬고 싶은 만큼 쉬어요.” 하고 대꾸합니다. 12월에 접어들어도 저는 반바지에 민소매를 걸칩니다. 그렇다고 긴소매에 긴바지를 안 입지 않아요. 해랑 날씨랑 바람에 따라 달리 입어요. 둘레에서 “안 추워요?” 하고 묻기에 “안 더워요?”로 대꾸합니다. 12월 저녁, 작은아이를 샛자전거에 태우고 반바지 차림으로 달립니다. 《사라진 손바닥》을 읽으며 ‘젊음이 간다’고 느끼는 노래님 마음을 문득 느낍니다. 몇 살 나이여야 젊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으레 서른이나 마흔 줄은 젊음이 아니라고 여기지 싶습니다. 그런데 시골에서 보면 쉰 줄조차 아기로 여겨요. 서울살이라면 고작 스무 줄 언저리만 젊음으로 볼 뿐, 다른 나이는 어떠한 결인가를 헤아리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젊음은 몸 아닌 마음빛으로 헤아려야지 싶어요. 마음이 젊어야 젊음이요, 마음이 맑아야 맑음일 테지요. 손바닥에 꽃씨를 얹어 보면 좋겠습니다.



방에 마른 열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 깨달은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 책상 위의 석류와 탱자는 돌보다 딱딱해졌다. / 향기가 사라지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 그들은 향기를 잃는 대신 영생을 얻었을까. (풍장의 습관/16쪽)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연두에 울다/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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