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창비시선 450
유병록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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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65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유병록

 창비

 2020.10.12.



  바람에 섞인 먼지를 누구보다 일찌감치 맡는 이가 있습니다. 이이는 아직 먼지가 바람에 묻어나지 않았으나 어디에서 이 먼지를 일으킨 줄 느낍니다. 아직 이곳까지 먼지가 흘러오지 않았으나 우리가 이 자리를 그어야 한다고 느끼는 이가 있습니다. 먼지가 흘러들었을 적에 느끼는 이가 있고, 아직 못 느끼는 이가 있고, 코를 찌르는 먼지가 되어서야 느끼는 이가 있고, 먼지가 코를 찔러도 못 느끼거나 안 느끼는 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니, 느끼는 몸이나 마음이 다를밖에 없어요. 그런데 먼지를 못 느끼거나 안 느끼려 한다면 차츰 먼지한테 잡아먹혀서 어느새 목숨까지 잃겠지요.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를 읽었고, 여러 고장을 돌며 바깥일을 하다가 시골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람맛하고 물맛이 확 다릅니다. 구름빛하고 풀빛이 사뭇 다릅니다. 큰고장에서는 ‘몇 걸음 가야 하면 두 다리 아닌 씽씽이를 탄다’고들 합니다. 참말로 걷는 사람이 드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도 아이랑 마을길을 걷는 일이 드물어요. 어떻게 나아가는 나라일까요? 누림(복지)하고 배움(교육)이란 무엇일까요? 걷지 않고 마을이 없는 나라·글꽃·책·누리집에서는 겉도는 꾸밈길이 널리 퍼지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양말에 난 구멍 같다 / 들키고 싶지 않다 (슬픔은/18쪽)


사과밭에서는 모든 게 휘어진다 // 봄날의 약속이 희미해지고 한여름의 맹세가 식어간다 / 사과밭을 지탱하던 가을의 완력도 무력해진다 // 벌레 먹듯이 / 이제 내가 말하는 사과는 네가 말하는 사과가 아니다 (사과/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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