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보고 싶은 마음 (2018.10.19.)

― 인천 〈아벨서점〉



  몸에 눈이 달렸기에 바라보지 않습니다. 몸에 달린 눈을 움직여서 느끼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생각으로 심어야 비로소 바라봅니다. 몸에 발이 달렸기에 걷지 않습니다. 몸에 달린 발을 움직여서 돌아다니고 이 땅을 누리려는 마음을 생각으로 밝혀야 비로소 걷습니다. 몸에 달린 손도, 몸에 달린 머리도 그래요. 그냥그냥 움직이지 않아요.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을 빛낼 노릇입니다.


  누가 우리 손에 책을 쥐어 주었대서 읽지 못해요.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쏟아 하나하나 보면서 하나하나 새길 적에 비로소 줄거리에 감도는 이야기가 어떠한 숨결인가를 느껴서 우리 살림꽃으로 피어나는 실마리가 됩니다.


  그냥 읽지 않아요. 생각하기에 읽어요. 그저 읽지 않습니다. 마음을 쓰기에 읽습니다. 이와 달리 보임틀(텔레비전)을 멍하니 쳐다볼 적에는 생각도 마음도 안 흘러요. 그냥그냥 보여주는 대로 좇아가는 셈이 되는 터라, 힘꾼(권력자)은 보임틀로 사람들을 휘감아서 종살이에 가두기 일쑤입니다. 힘꾼은 책을 불사르더라도 보임틀을 없애지 않습니다. 힘꾼은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도록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밀어붙이되, 사람들이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책을 읽어 생각을 깨우고 마음을 빛내도록 놓아주지 않습니다.


  책읽기란, 어느 모로 보면 참으로 기운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책읽기란, 곰곰이 보면 새나라를 지으려는 어마어마한 몸짓입니다. 한낱 종이꾸러미일 수 없는 책입니다. 이제까지 흘러온 틀에 박힌 나라를 어떻게 하면 아름누리로 갈아엎을 만한가 하는 실타래를 풀어내려고 스스로 애쓰고 마음쓰고 힘쓰는 길입니다.


  곁님이며 아이들이며 바깥마실을 나와 〈아벨서점〉에까지 이릅니다. 네 사람은 네 갈래 책을 들여다봅니다. 네 사람은 다 다른 눈썰미로 다 다르게 마음에 드는 책을 쥡니다. 한집에 살더라도 네 사람은 네 가지 빛인걸요. 함께 살림을 짓더라도 네 사람은 네 가지 사랑인걸요. “무엇을 보는데 그렇게 웃어?” “응, 아주 재미있거든.” “그래, 그렇구나. 그러면 우리 책숲으로 가져갈까?” “그래.”


《치명적 그늘》(안차애, 문학세계사, 2013)

《썩지 않는 슬픔》(김영석, 창작과비평사, 1992)

《달맞이꽃》(이설주, 현대문학,1989)

《トラぇもん 40》(藤子·F·不二雄, 小學館. 1990)

《맨발의 이사도라》(이사도라 던컨/구희서 옮김, 민음사, 1978)

《a day at the Airport》(Richard Scarry, Random House, 2001)

《the hen who wouldn't give up》(Jill Tomlinson, Egmont,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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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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