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큰책집이 품을 살림을 그리며 (2018.11.11.)

― 진주 〈진주문고〉


  곰곰이 생각하니 저는 여태 큰책집 아닌 작은책집을 찾아다녔습니다. 책집이면 모두 책집이기에 크기로 가를 까닭은 없는데, 더 크고 넓은 곳보다는 더 작고 좁은 곳을 다녔어요. 왜 이렇게 조그마한 마을책집을 다녔는가 하고 생각하니, 큰책집에서는 책집지기나 책집일꾼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큰책집에서는 지기나 일꾼하고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할 길이 없기도 하고, 책집을 빛꽃으로 담기가 어렵습니다. 커서 못 찍는 책집이 아닌, 책손이며 일꾼이며 ‘안 찍히’도록 다루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아름다운 책집을 빛꽃으로 담아도 될까요?” 하고 물을 만한 일꾼이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큰책집하고 작은책집이 참으로 다른 대목이라면, 책 갈래입니다. 흔히들 큰책집이라서 책이 더 많다고 여기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웬만한 큰책집은 ‘똑같은 책’을 잔뜩 쌓아 놓거나 여기저기에 똑같이 꽂곤 해요. 얼핏 책이 더 많아 보이고, 갓 나온 책도 바로바로 들어오는구나 싶은 큰책집이지만, 외려 작은책집에 책이 꽉꽉 들어찬다든지 한결 넓고 깊이 다루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큰책집에서는 ‘책을 가려서 꽂기가 어려울’ 텐데, 작은책집에서는 ‘반드시 책을 가려서 꽂아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큰책집은 책꽂이가 꽤 느슨해요. 이 땅에 태어난 책을 좋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는 없습니다만, ‘장사에 치우친 책’이라든지 ‘알맹이가 허술한 책’이라든지 ‘얕은 눈썰미로 겉만 훑은 책’을 샅샅이 가르지는 못하는 우리나라 큰책집이라고 느껴요.


  다시 말하자면, 작은책집을 다닐 적에는 ‘작은책집 일꾼·지기 눈썰미’로 몇 판씩 걸러낸 책꽂이를 만나는 셈이요, 작은책집 책손은 ‘작은책집에서 걸러낸 책을 새롭게 걸러서 이녁 마음을 가꾸는 책빛을 만난다’고 하겠습니다.


  진주 〈진주문고〉는 진주라는 고장을 이슬처럼 밝히는 책터입니다. 책집을 확 뜯어고치는 일을 꽤 오래 헤아린 끝에 차근차근 벌였다지요. 칸칸이 새로 꾸미고 보태며 손대는 품이 많이 깃들었다고 느낍니다. 아직 더 손대는 길일 테니, 차근차근 발돋움하겠지요. 그런데 같은 책이 이곳저곳에 좀 너무 많구나 싶습니다. 똑같은 책을 이쪽에도 두고 저쪽에도 두기보다는, 다 다른 한결 넓고 깊은 책을 이쪽 다르고 저쪽 다르게 놓으면 나으리라 생각해요. 책시렁이 좀 느슨합니다. 넉넉한 자리를 알차게 건사하는 손길까지는 살짝 모자라 보여요. 큰책집은 큰책집답게 시원시원하면서 너른 품을 보이면 좋겠어요. 잘나가는 책을 한켠에 둔다면, ‘잘 안 나가’더라도 두고두고 새기면서 마음을 살찌울 책을 한켠에 함께 두기를 빌어요.


《해자네 점집》(김해자, 걷는사람, 2018)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에르빈 토마/김해생 옮김, 살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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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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