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 왜 읽을까 ㄱ



  지난날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낱말책을 안 읽었습니다. 아니, 지난날에는 낱말책이 없습니다. ‘지난날’이란 1940년까지를 말합니다. 1920년에 조선총독부가 《조선어사전》을 냈고, 제임스 게일 님이 1890년에 《한영사전》이란 이름으로 낱말묶음(단어장)을 내놓았으나, 그때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책을 곁에 안 두었어요. 저마다 스스로 나고 자란 터전에서 익힌 사투리·고장말로 스스럼없이 글꽃을 지폈습니다. 1940년까지만 해도, 또 그 뒤로 한동안 글꾼은 ‘몸으로 익힌 삶말’을 마음껏 펼쳐 보였어요. 이러다가 배움터 틀이 서고, 열린배움터가 늘어나고, 글을 가르치는 데가 늘면서 차츰 ‘삶을 짓지 않고 글만 쓰는 사람’이 덩달아 늘고, 삶이며 살림을 모르기에 낱말책을 곁에 두어야 하는 사람이 생겨요. 지난날에는 글만 알고 삶을 몰랐기에 낱말책을 곁에 두었다면, 오늘날에는 글만 알더라도 낱말책을 곁에 안 두는 글님이 대단히 많습니다. 손수 밥옷집을 짓지 않으면서 낱말책마저 곁에 안 두면 어떤 글을 쓸까요? 두루 보면 오늘날 글꾼은 ‘열린배움터에서 배우고 책으로 읽은 글’을 이녁 글로 고스란히 옮깁니다. 삶이 없이 글만 쓴달까요. 낱말책은 ‘말에 깃든 삶’을 알려고, 또 ‘삶으로 지은 말’을 익히려고 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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