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3.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글, 민음사, 2015.12.7.



마을책집을 두루 다니다 보면 비슷하게 꽂힌 책을 으레 본다. 이 가운데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언젠가 “그 책 재미있어요. 작가님도 좋아하실 텐데.” 하는 말을 들었지만 안 집었다. 몇 해 흘러 2020년 10월 전주에서 이 책을 비로소 집어서 펼친다. ‘오늘의 젊은 작가’란 이름이 붙는데, 오늘날 젊은 글님은 이러한 줄거리·얼거리·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느끼는구나. 선 채로 다 읽고서 얌전히 제자리에 놓았다. ‘퇴마’라든지 ‘마녀·마귀·악마’라든지 ‘마법사’ 같은 낱말을 혀에 얹거나 손에 놓는 분들은 그러한 빛이나 숨을 얼마나 보거나 느끼거나 맞아들일까? 나는 영화 〈식스센스〉를 보면서 끝없이 울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아이는 내가 보낸 나날하고 비슷했기에. 영화는 ‘아이가 본 죽은 넋이 떨치지 못한 몸뚱이에 흐르는 핏자국’을 매우 부드럽게 그렸지만, 막상 ‘그들을 보는 눈’은 그렇게 ‘부드러운(?) 모습’이 아닌, 덜덜 떨밖에 없는 모습을 본다. 삶터(사회)·배움터(학교)에서 겪은 멍울을 살짝 익살스레 담는다고 하지만, 익살보다 눈물이 보이는 《보건교사 안은영》이던데, 모쪼록 마음을 폭 쉬고 달래면서, 맨발로 숲길을 거닐어 보시면 좋겠다. 숲바람은 모든 멍울을 씻어 주면서 새글빛을 알려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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