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
김목인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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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45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

 열린책들

 2018.11.5.



목포까지 멀리 다녀왔으니 뭐라도 써 보자며 기계적으로 노트를 폈다면 〈우리는 목포로 가고 있었네〉 같은 것을 써 놓고 기록이 경험에 비해 많이 싱겁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35쪽)


아내는 독박 육아하는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 아이를 맡기고 핫한 콘서트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역시 그런 것인가. (57쪽)


어린아이에게 뭘 하고 싶으냐고, 직업으로 골라 보라는 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어른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권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속 옷을 갈아입는 꿈이 뭔지를 자신이 알아보는 것이다. (111쪽)


결혼과 육아가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들 궁금해 하는데, 엄밀히 말해 아직 체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159쪽)



  모든 사람이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만, 어른이 되는 길하고 어버이가 되는 길은 다릅니다. “아이를 낳으면 어버이가 됩”니다. 어른이 아니지요. 어버이하고 어른은 다른데, 이를 제대로 가르지 않는다면 다들 나이만 먹는 셈이 되는구나 싶어요.


  어버이란, 사랑받아 자라온 나날을 새로운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람입니다. 어른이란, 사랑받아 살아온 나날을 새롭게 가꾸거나 짓는 사람입니다. 어른은 굳이 ‘아이한테 물려줄’ 생각을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어른이란 철든 사람인 터라, 철든 사람이 슬기롭게 살아가는 몸짓을 지켜보는 둘레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거든요.


  노래하는 사람으로 일하는 길을 다룬 《직업으로서의 음악가》(김목인, 열린책들, 2018)를 읽는데, 노래 일거리란 이렇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여러모로 갑갑했습니다. 서울에서 목포는 얼마나 멀까요? 고흥에서 부산은 얼마나 멀까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어른으로서 하는 일하고 어버이로서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어른이 짓는 살림하고 어버이가 맡는 살림은 무엇일까요?


  글쓴님한테 아이가 없다면, 아이가 없이 짝꿍하고 둘이 살면서 노래를 짓고 부르는 일만 했다면, 그러한 삶으로 책을 썼다면, 저는 이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를 다르게 읽었을 테지만, 글쓴님한테는 틀림없이 아이가 있고,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며 사랑하여 즐겁게 앞길을 함께 그리는 어버이로 지낼 적에 스스로 빛나면서 기쁜 하루일까 하는 대목이 빠졌네 싶더군요.


  곰곰이 보자면, 글쓴님은 아직 어버이도 아니지만, 어른도 아니네 싶어요. 다만, 우리가 구태여 어버이나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철이 들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살아도 좋아요. 그러면, 어른인 척하기보다는 그저 어린이처럼 살아가면 좋겠고, 어린이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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