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뜻이랑 소리는 하나 : 소리만 알거나 뜻만 짚을 수 없다. ‘말’을 할 적에 ‘교과서 읽듯’ 안 하기에 서로 이야기가 흐른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가볍게 수다를 떨더라도 ‘교과서 읽듯’ 수다를 떠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가볍구나 싶은 말을 종알종알하는 아이들을 보라. 어떤 아이도 ‘교과서 읽듯’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참말 아이도 어른도 배움책(교과서)을 손에 쥐면 ‘교과서 읽듯’ 하고 만다. 배움책 아닌 노래책(시집)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조차 “읽어 보셔요” 하고 여쭈면 하나같이 ‘교과서 읽듯’ 말한다. 왜 ‘읊’지 못할까? 왜 ‘수다’나 ‘얘기’를 하지 못할까? 그래서는 뜻도 알 길이 없고, 뜻을 담은 소리인 말이 어떻게 흐르는가도 종잡지 못한다. 이른바 ‘의사소통’이란, 그러니까 ‘이야기’란 소리만으로는 못 한다. 소리에 뜻을 담기에 이야기를 한다. 글은 어떨까? 글씨만 적는대서 글이 될까?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종이에 새긴 무늬인 글이라 하더라도, 글쓴이 스스로 이 무늬에다가 이녁 마음이며 사랑이며 꿈을 함께 새겨야 비로소 싱그러이 살아숨쉬는 이야기인 글이 된다. 2020.10.30.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