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브렌트 스타펠캄프 지음, 남종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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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의 전설》

 브렌트 스타펠캄프

 남종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8.7.2.



나는 사자를 동물원에 가둬 사육하는 행위에 찬성하지 않는다. 사자 보전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오락이나 여흥에 가깝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15쪽)


경이로운 생명이 하나씩 늪의 그늘에서 빠져나오는 걸 우리는 목격했다. 죽은 코끼리를 향하는 사자들의 긴 줄! 처음에는 다 큰 암사자가, 그다음에는 또 한 마리가 뒤를 이었다. 사자와 대열은 22마리까지 이어졌다. (52쪽)


마사이 족은 야생동물을 먹지 않는다. 마사이 족은 신이 그들에게 소를 주었고 소를 관리하는 게 그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64쪽)


세계인들의 우려와 달리 세실이 죽고 나서 제리코는 세실의 새끼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제리코는 대신 세실의 가족들이 자신이 주로 머무는 땅에도 돌아다니게 하면서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94쪽)


세계적인 단체 ‘세계 야생 보전 기금(WWF)’도 토로피 사냥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트로피 사냥이 아프리카 지역 경제와 야생 보전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148쪽)



  큰아이하고 함께쓰는 하루적이에 큰아이가 ‘두더쥐’라 적었기에 ‘두더지’라고 바로잡아 줍니다. 얼핏 ‘-쥐’로 생각할 수 있지만, ‘두더지’하고 ‘쥐’는 틀림없이 달라요. 그런데 이름으로만 서로 다르다고 알려준다고 해서 제대로 알기란 어렵습니다. 두 눈으로 보고, 곁에서 지켜보고, 두더지 살림길하고 쥐 살림살이를 헤아릴 적에 비로소 이름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지 싶습니다.


  ‘사자’는 이 나라에 안 삽니다. 이 나라에 안 사는 짐승이기에 우리말 이름이 없습니다. ‘범’이나 ‘곰’이나 ‘고양이’나 ‘이리’나 ‘개’나 ‘삵’처럼 ‘lion’이 이 땅에 살았으면 틀림없이 우리말 이름이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물뚱뚱이(← 하마)’처럼 ‘사자(獅子)’한테도 새이름을 붙여 볼 만해요. 들에서 살아가며 이빨이나 발톱으로 매섭게 사냥하면서 온짐승 앞에서 씩씩한 몸짓을 헤아리면서 ‘들니’나 ‘들발톱’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요.


  “A Life for Lions”를 옮긴 《세실의 전설》(브렌트 스타펠캄프/남종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8)을 읽었습니다. “세실의 전설”이라 붙였습니다만 “사자 이야기”입니다. 사자가 사자로서 살아가도록 사자를 곁에서 지켜보고 아끼려고 한 사람들하고 얼크러진 이야기입니다. 옮긴 책에 붙은 이름은 ‘세실’이란 사자 하나를 눈여겨보도록 이끌지만, 세실 하나뿐 아니라 뭇사자가 들판에서 의젓하면서 고즈넉하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주 마땅합니다만, 모든 짐승은 아무 때나 사냥하지 않습니다. 꼭 먹어야겠다고 여길 적에만 비로소 사냥해요. 사냥하지 않을 적에는 매우 얌전하지요. 조용합니다. 사냥을 안 할 적에는 곁에 작은 짐승이 오가더라도, 새가 내려앉아 노래하더라도, 사자를 비롯한 큰짐승은 딱히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새를 사냥하기 좋아하는 고양이도 그런걸요. 배부를 적에는 코앞에 뭇새가 내려앉아 째르르 찌르르 쪼르르 노래해도 안 쳐다보고 낮잠만 잡니다. 먹이사슬이 있지만, 이 먹이사슬은 늘 움직이지 않습니다. 풀꽃나무하고 새하고 벌레하고 바다벗하고 들짐승은 저마다 알맞게 삶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가요. 그런데 유난히 사람만 이 틀을 와장창 깨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은 으레 재미나 장난이나 놀이를 삼아서 풀꽃나무를 건드린다든지 들짐승을 사냥하려 하지요. 아프리카 들판에서 사자가 괴롭다는데, 모두 사람 탓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은 저희만 살려고 들짐승 터전을 함부로 빼앗거나 짓밟습니다. 왜 사람만 유난히 삶자락이라는 얼개를 깡그리 짓이길까요? 왜 사람만 남달리 이 지구별을 망가뜨릴까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짓고 나라를 이루고 정치이니 경제이니 문화이니 예술이니 종교이니 교육이니 떠들지만, 막상 이 푸른별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목숨붙이란 오늘날 사람이지 않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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