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악플러는 글을 안 읽는다 : ‘비평·서평’을 하는 사람도 책을 안 읽는다고 느끼는데, ‘악플’을 붙이는 이는 더더구나 책을 안 읽지 싶다. 그리고 ‘비평·서평·악플’을 다는 이들은 참말로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다고 느낀다. 나는 늘 책을 사서 읽고 느낌글을 쓰기에 비평도 서평도 악플도 할 까닭이 없다. 책느낌글은 비평이나 서평이 아니다. 느낌글은 스스로 삶에 비추어 느끼는 대로 쓰는 글이다. 느낌글은 스스로 살아오며 느끼는 사랑을 풀어놓는 글인 터라, 때로는 기쁜 빛을 때로는 슬픈 빛을 때로는 아픈 빛을 때로는 신나는 빛을 때로는 짜증스러운 빛을 때로는 놀라는 빛을 때로는 배우는 빛을 때로는 가르치는 빛을 드러낸다.


비평을 하는 이는 밥벌이로 쓰는 터라, 웬만해서는 책을 살 겨를이 없기도 하거니와, 틀에 맞추어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비평을 해서 논문을 쓰고, 논문을 써서 교수나 강사란 자리를 지키려 하다 보니, 비평에는 글쓴이 느낌이 하나도 없으면서 알쏭달쏭한 번역 말씨·일본 말씨에 갖은 바깥말이랑 한자말이 춤추기 일쑤이다.


서평을 쓰는 이는 으레 책을 거저로 받는다. 마음을 살찌우려고 읽기보다는 어느 책을 간직하고 싶어 출판사에서 보내는 책을 받아서 쓰는 서평은 비평 못지않게 어느 책을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서평단이 되고 보면 이 책도 저 책도 간직하고 싶은 터라, 치킴글(주례사 서평)이 넘치고, 이 치킴글도 저 치킴글도 매한가지이다.


그런데 ‘비평·서평’은 그나마 글님이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거저로 받아보더라도 책을 좀 훑고라도 글을 쓰는데, 악플은 아예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서 쓴다. ‘비평·서평’은 그나마 “나는 저 책을 놓고 이렇게 읽은 척하면서 글을 보란 듯이 남겼지!” 하고 자랑하려는 마음이라면, 악플은 “너 따위는 나한테 밉보이면 내 손에 아작날 줄 알아!” 하고 윽박지르려는 마음이다.


‘비평·서평·악플’은 모두 텅텅 빈 마음에서 비롯한다.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비평·서평·악플’ 가운데 어느 한 갈래로도 안 간다.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즐겁게 어느 책을 장만하고, 기쁘게 읽으며, 스스로 하루를 짓는 슬기로운 숲빛다운 사랑으로 느낌글을 쓴다. 나는 생각한다. 나부터 느낌글을 쓸 생각이면서, 우리 이웃님 누구나 즐겁게 하루를 노래하면서 ‘오직 느낌글을 쓰기’를 바란다. 2020.9.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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