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99
《和服類一切の實際再生法》
茂木茂 엮음
大日本雄辯會講談社
1938.11.1.
어머니하고 저자마실을 다니던 어릴 적을 떠올리면, 길에 단추 하나 떨어졌어도 냉큼 주워 주머니에 넣습니다. “단추는 주우면 나중에 다 쓸모가 있지.” 새마을운동으로 꾸민 마을 꽃밭 한켠은 언제나 마을 아주머니 텃밭입니다. 어머니가 바늘이랑 실로 손수 뜬 옷은 형하고 제가 크는 몸에 맞추어 실을 모두 풀고서 새로 뜹니다.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다들 코가 나빴을 텐데요, 공장이 수두룩하고 서울로 살림을 보내려고 빠른찻길을 내달리는 짐차가 엄청나거든요. 어머니는 코를 푼 종이를 반듯하게 펴서 말린 다음 “적어도 열 벌을 더 코를 푼 다음에 버리자” 하고 얘기했어요. 1938년 11월에 《婦人俱樂部》 ‘제19권 13호’ 덤책(별책부록)으로 나온 “戰時下の家庭經濟”를 들려주는 《和服類一切の實際再生法》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에서 여느 살림집마다 힘들고 벅찬 하루를 이으면서 헌옷을 어떻게 되쓰고 되짓는가’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일본한테 몽땅 빼앗겼다지만, 일본 들사람도 가난하기는 매한가지였구나 싶어요. 벼슬아치나 우두머리는 언제라도 푸지게 누린다면, 밑자리나 흙자리 들사람은 등뼈가 휘면서 고분고분하던 나날입니다. 들사람은 버릴 살림이 없기도 하지만, 알뜰하면서 알찬 삶길이었지 싶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