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무엇이고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글을 쓰는 길’을 놓고서
조금 더 부드러이,
그리고 오늘날 같은 때에는
서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 누리판에서 누리집에 띄우는 글로,
이야기를 엮으려고 합니다.
《나는 글쓰는 사람입니다》란 이름을 붙여
‘글을 쓰는 길’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려고 생각합니다.
즐거이 누려 주셔요.
..
[나는 글쓰는 사람] 1. 글이란
걷고 싶다면 걸으면 됩니다. 걷지 못하는 몸이라면 걸을 수 있기를 꿈꾸면 됩니다. 걷지 못하는 몸인데 어떻게 ‘걸을 수 있는 꿈’을 품느냐고 물을 만하지요. 꿈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봐요. 꿈은 ‘앞으로 이루고 싶어서 오늘부터 마음에 심는 새로운 생각’입니다. 이 꿈이 있기에 누구나 즐겁게 자라고 튼튼하게 서요. 꿈이 없다면 스스로 마음에 생각을 새로 심지 않으니 언제나 쳇바퀴를 돌리는 몸짓이고요.
갓 태어난 아기가 목을 가눌 줄 알고, 어버이하고 눈을 맞출 줄 알며, 어버이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차리고, 어느새 손아귀에 힘을 주더니, 젖을 힘차게 빨고, 슬슬 뒤집으려 하며, 이내 기어다니다가 우뚝 서서 걷기까지 얼마쯤 걸릴까요? 아이를 돌보았거나 보살피는 어버이라면 곰곰이 돌아보셔요. 아직 아이가 없는 몸이라면 둘레에서 아기하고 아이를 가만히 보셔요.
어쩌면 하루아침에 말을 조잘조잘 터뜨린다든지 우뚝 설 뿐 아니라 달리는 아기가 있을는지 몰라요. 네, 그런 아기가 드물게 있겠지요. 그러나 거의 모두로구나 싶은 아기는 ‘목 가누기’ 하나조차도 여러 달 걸립니다. 서기까지도 제법 걸리지요. 서서 걷기까지는 또 얼마나 오래 걸리나요?
지나고 보면 몇 해 사이에 모두 이루는 일이라지만, 갓 태어난 아기라는 몸으로 볼 적에는 모두 엄청난 허물벗기요 거듭나기입니다. 하루 내내 그 꿈, 그러니까 걷고 싶다는 꿈, 서고 싶다는 꿈, 달리고 싶다는 꿈, 말을 터뜨리고 싶다는 꿈, 스스로 똥오줌을 가리고 수저를 쥐고 싶다는 꿈으로 살아내었기에, ‘얼핏 보면 누구나 으레 해낸다 싶은 그 일’을 이루는 하루가 되어요.
스스로 글을 못 쓴다고 여기신다면, 이렇게 여기셔도 됩니다. 다만, 스스로 글을 못 쓴다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앞으로도 글을 못 쓰겠지요. 그렇지만 ‘글을 못 쓴 나’는 어제에 내려놓고, 오늘부터는 ‘글을 쓰는 나’를 꿈으로 그리면 좋겠어요.
다시 아기를 생각해 봐요. 아기가 ‘잘 걸어야’ 하나요, ‘걸으면’ 되나요? 아기가 ‘잘생긴 얼굴’로 태어나야 하나요, ‘아기로서 아기다운 얼굴’로 태어나면 되나요?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입니다. 다 다른 우리가 글을 쓴다면 모두 다른 글이 태어나야 맞아요. 다 다른 사람 가운데 잘나거나 못난 사람은 따로 없어요. 모두 다르기에 모두 값지며 아름다운 숨결입니다. 이 모습처럼, 우리가 쓰는 글은 더 잘난 글이나 더 못난 글이 따로 없습니다. 그저 ‘내가 쓴 글’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려고 할 적에는 무엇보다 이 마음이 되시기를 바라요.
― 나는 내가 스스로 살아가며 사랑하는 오늘 하루를 스스럼없이 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