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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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제값 (도서정가제) :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이 어떻게 사고팔리는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좋겠다. 아무래도 출판사·도매상·큰책집이 ‘할인율(공급율)’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알기 어려울 테지만, 이런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나 기획자로 일하더라도 이 대목은 모를 수 있다. 영업부하고 대표만 ‘할인율(공급율)’을 알고서 쉬쉬한다면 한지붕을 인 출판사 다른 일꾼도 모를 만하다.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가 될까? 그저 바람을 잘 탄 탓일까? 때로는 그럴는지 모르나, 으레 바람잡이가 있기 마련이다. 방송에 뜨는 책을 출판사에서 방송사에 돈(로비)을 안 풀었다고 여긴다면 그이는 바보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자주 나오는 책을 살핀다면, 몇몇 출판사 몇몇 글쓴이 책이 꽤 잦은 줄 눈치를 챌 만하다. 신문이나 잡지에 광고 한 판을 안 실은 출판사에서 낸 책을 찬찬히 알리는 일은 드물다.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드물 뿐이다.


꽤 예전에는 책집에서 100자락쯤을 시켜야 60%로 책을 보냈다면, 어느 때부터인가 50자락으로 내려왔고, 요새는 30자락으로도 60%를 달라고 한다지. 그런데 큰책집이나 누리책집은 이 ‘할인율(공급율)’을 더 깎으려고 한다. 큰책집은 하나같이 누리책집을 함께 꾸리는데, 오직 누리책집만 하는 곳도 가만히 보면 ‘10% + 5%’에다가 ‘거저로 보내기’를 해준다. 이래저래 따지면 책값에서 20%를 후려친 셈인데, 큰책집·누리책집은 책값 100%에서 20%를 후려치기 하려고 출판사에 40∼50%로 달라고 하기 일쑤요, 웬만한 책은 60%로 가져가려고들 한다.


오늘날 도서정가제란 이름인 틀은 마을책집이나 작은출판사에 크게 이바지하지 않는다. 아예 이바지를 안 하지는 않다만,  ‘10% + 5% + 무료택배’라는 대목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도서정가제는 도서정가제가 아니다. 2020년 8월에 나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을 큰책집·누리책집에서 500∼1000부를 시킨다고 신문에 나온다. 생각해 보자. 큰책집·누리책집이 한 가지 책을 500∼1000부 시킬 적에 출판사에 ‘할인율(공급율)’을 얼마로 해주기를 바랄까? 60%도 50%도 아닌, 더 내려 달라고 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는 큰책집·누리책집이 한 가지 책을 500∼1000부 시키면서 40%로 달라고 하는 말을 쉽게 내칠 수 있을까?


도서정가제가 이름 그대로 “책값을 제값대로 사고팔도록 하는 슬기로운 틀”이 되자면, 큰책집·누리책집·마을책집 모두한테 똑같은 ‘할인율(공급율)’을 매기도록 못박아야 한다. 큰책집·누리책집에서 1자락을 시키든 100자락이나 1000자락을 시키든 ‘할인율(공급율)’은 늘 똑같도록 못박아야 한다. 책값을 제값이 되도록 하려는 틀이란, 몇 가지 책을 밀어넣기 싸구려로 다루면서 베스트셀러 장난질을 끝장내는 길이 될 만하다.


큰책집·누리책집이 ‘할인율(공급율) 장난질 또는 막질’을 하면서 몇몇 책을 베스트셀러로 띄워서 마구 팔아치우며 그들 주머니를 불리는 얼거리를 이제는 갈아엎을 노릇이 아닐까? 이러한 얼거리를 여태 몰랐다면 그이는 출판평론가란 이름을 내려놓아야겠으며, 출판협회 대표란 이름이 창피하다. 이러한 얼거리를 몰랐다면 거짓말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얼거리를 바로잡을 생각을 안 한다면, 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요 한통속으로 끼리끼리 노는 돈장사꾼일 뿐이다.


도서정가제로 ‘모든 책집은 크고작든 똑같이 70%로 책을 받도록 맞추면’ 된다. 도매상에는 65%로 하되, 도매상은 소매를 할 수 없도록 못박아야 한다. 도매상이 65%로 받고서 소매를 한다면 곧바로 도매업 자격을 치워야겠지. 큰책집이나 누리책집이 도매상을 넘겨받으려고도 하는데, 그들이 왜 도매상을 넘겨받으려 하겠는가? 큰책집·누리책집은 소매상인 터라, 그들이 도매상을 끌어안을 수 있다면 출판사에 ‘할인율(공급율)’을 도매로 받고서 소매로 팔며 샛돈(차익)을 앉은자리에서 바로바로 먹을 뿐 아니라, ‘출판사한테서 도매로 받은 책을 소매로 반품하는 장난질’까지 칠 수 있다. 이런 일은 꽤 오래도록 있다. 큰책집·누리책집이 출판사에 ‘100자락 매절 60%’로 사들였다가 ‘70% 공급율 반품’을 하면, 큰책집·누리책집은 책을 1자락조차 안 팔고 반품만 해도 장부에는 ‘오히려 출판사가 책집에 돈을 줘야 하는 숫자 장난’이 생긴다.


간추려 본다면 이렇다. ㉠ 할인율(공급율)은 1자락이든 1000자락이든, 큰책집이든 마을책집이든 소매상에는 모두 언제나 똑같이 70%로 하기. ㉡ 도매상에는 할인율(공급율)을 65%로 하되, 도매상이 소매로 책을 팔면 곧바로 자격 박탈 및 벌금. ㉢ 큰책집·누리책집에서 에누리를 해주고 싶다면 얼마든지 에누리를 해주도록. 다만, ㉠에서 밝혔듯 큰책집·누리책집은 모든 책을 70%로만 받아들이는 테두리에서 스스로 알아서 에누리를 하든 말든.


‘도서정가제’란 말을 처음 듣던 날을 떠올린다. 이 일본스러운 한자말 짜임새는 누구 머리에서 나왔을까? 왜 이렇게 이름을 지어야 할까? “책이 제값을 받도록”을 ‘책값제값’처럼 쉬운 이름으로 붙이면 그만 아닐까? ‘10 % + 5% 에누리’에다가 ‘택배 무료’는 따질 대목이 아니다. 누리책집에서 에누리를 해주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라지. 다만 이 누리책집에 모든 책이 70%로 들어가도록 못박으면 될 뿐이다. ‘매절’이 없이, ‘대량주문 할인’이 없이, 모든 책은 1자락을 들이든 1000자락을 들이든 10000자락을 들이든 언제나 출판사한테서 70%로만 받아들여서 팔도록 못박으면 된다. 자질구레한 다른 대목은 따질 일이 없다. 이 하나로 쉽게 푼다.


덧붙인다면, 읽는이(독자)도 책집도 ‘글쓴이(지은이)’를 헤아려 보자. 글쓴이는 글삯으로 10%를 받는다. 그런데 큰책집·누리책집이 500∼1000자락을 한꺼번에 시키면서 할인율(공급율)을 40∼50%로 달라고 한다면, 글쓴이 몫은 그냥 까여 버린다. 그러니까, 베스트셀러가 팔리면 팔릴수록 오히려 글쓴이(지은이)는 제값(땀흘려 책을 지은 값)하고 멀어지고 마는 셈이다. 오늘날 큰책집·누리책집 베스트셀러 얼거리가 이렇다. 우리가 널리 읽고서 글쓴이(지은이)가 땀값을 제대로 받도록 하기를 바란다면, 큰책집·누리책집이 한꺼번에 500∼1000자락을 장만할 적에도 70%로 받아들여서 글쓴이(지은이)가 땀값을 제대로 받도록 할 노릇일 테지.


도서정가제는 이런 길로 가야 맞다. 도서정가제는 큰책집·누리책집이 ‘할인율(공급율) 후려치기’를 못하도록, 또 도매상이 소매업을 못하도록 막아 놓으면 된다. 이 두 가지만 하면 아무 걱정이 없다. 1000자락을 팔아도 70%로 책집에 책을 넣을 수 있다면, 출판사에서 구태여 책값을 뻥튀기로 올려붙일 일이 생길 까닭이 없으리라. 2020.8.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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