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1.
《행복한 거인 존》
아놀드 로벨 글·그림/이윤선 옮김, 미세기, 2009.7.27.
해마다 봄부터 마당 한켠에 잔뜩 쌓이는 후박가랑잎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여름 한복판에 슬슬 쓴다. 오늘부터 쓸어서 뒤꼍으로 옮긴다. 뒤꼍길은 이내 후박가랑잎으로 덮인다. 가랑잎을 맨발로 밟으면 바스락버스럭 소리가 싱그럽다. 여러 달 쌓인 가랑잎 밑에는 지렁이가 옴찔꿈찔 춤을 추고, 어느새 태어난 새로운 흙이 소복하다. “올해에도 애썼구나? 너희 힘으로 우리 집은 해마다 까무잡잡 구수한 흙이 넘치네!” 가랑잎 쓸기를 조금만 하려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재미나서 빠져든다. 다른 일을 잊는다. 땀을 후줄근히 흘리고서야 멈춘다. 《행복한 거인 존》은 ‘즐거운 거인’이 아닌 ‘그냥 큰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이다. 이웃나라에서 처음 나올 적에는 구태여 ‘기쁘다·즐겁다’란 말을 안 붙이는데, 왜 군더더기처럼 이 꾸밈말을 붙일까? 이런 책이름은 외려 속이야기하고 멀어지도록 이끌지 않을까? 큰아이가 꿈꾸고 살아가며 바깥누리를 돌아다니면서 새롭게 배우는 살림보다는 ‘무엇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도록 외곬로 밀어내지 않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는 스스로 즐겁지 못한 탓에, 굴레나 틀에 뻔하게 갇히기 마련인 터라, 자꾸자꾸 ‘즐거운’이란 꾸밈말을 안 붙이고서는 못 견딜는지 모른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