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1


《勤儉美談 第三編》

 尾崎關太郞 엮음

 京城印刷所

 1928.1.30.



  요새는 ‘근검절약’ 같은 일본스러운 외침글이 적힌 곳을 보기 어렵습니다만, 지난날에는 ‘근검절약’ 넉 마디가 어디에나 붙었어요. 학교 들머리에도 공공기관에도 마을에도 이 글씨는 언제나 큼지막했어요. 틈틈이 ‘근검절약’ 푯말을 글씨로 새기고 그림으로 담아서 숙제로 내야 했고, ‘근검절약 실천수기’도 봄가을에 꼬박꼬박 써내야 했어요. 《勤儉美談 第三編》이란 얇은 책이 1928년에 나왔으니, 첫째랑 둘째는 더 일찍 나왔을 테고, 이 뒤로도 꾸준히 나왔으리라 봅니다. 제국주의를 앞세워 싸움판을 일으킨 일본은 일본대로, 식민지가 된 이 나라는 이 나라대로, 여느 사람들 살림을 옥죄면서 ‘나라에 돈을 바치’도록 내몰았습니다. 곰곰이 보면 나라에서 전쟁무기를 때려짓거나 막삽질을 하지 않는다면 나라살림이 휘청거릴 일이 없습니다. 벼슬아치가 나라돈을 빼돌리지 않아도 나라살림이 거뜬해요. 여느 살림집은 언제나 ‘알뜰살뜰’이었어요. 옷 한 벌을 아끼고, 실오리 하나 버리지 않으며, 연장 하나를 손질하고 벼리며 살았습니다. ‘근검절약’을 외친 새마을운동 뿌리는 바로 일제강점기 ‘勤儉美談’이지 싶어요. 알뜰한 살림은 스스럼없이 이웃사랑으로 흐릅니다. 살뜰한 손길은 언제나 어깨동무로 나아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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