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3.


《미오, 나의 미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트 그림/김서정 옮김, 우리교육, 2002.7.10.



이레째 마감을 못한다. 마감이 되려는가 싶으면 이 대목을 더 추슬러야겠고, 어느덧 마감을 해야겠네 싶으면 저 대목을 더 손봐야겠더라. 속으로 으끙으끙 소리가 나면서 뒷골이 살짝 당긴다. 이럴 때면 새삼스레 물을 벌컥 마시고 풀밭을 맨발로 디디고 나무 곁에 서다가 하늘을 본다. 나무는 언제나 속삭인다. “모든 일은 네 꿈대로 나아가. 그러니 그 꿈을 고요히 생각하고 곱게 그려.” 마감을 지키려고 꾸리는 글뭉치가 아니다. 이야기를 지피려고 꾸리는 글뭉치이다. 때맞춰 내려는 책이 아니다. 이웃님하고 한결 즐거이 새길을 같이 닦아 보자는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책이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한다. 등허리를 쉬려고 누우며 《미오, 나의 미오》를 편다. 읽은 지 열 몇 해가 되는 책인데, 다시 읽고 보니 옮김말이 아주 엉성하다. 애벌옮김도 아니고 뭘까. 펴낸곳에서는 글손질조차 안 하나. 어린이한테 이런 말씨인 책을 읽혀도 되나? 줄거리나 이야기는 훌륭한데 옮김말이 이렇게 엉망이라면, 어린이는 어떤 마음밥이나 글밥을 누릴까? 전문 번역가나 작가란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날마다 말을 새롭게 배우고 갈고닦아야지 싶다. 익숙한 말버릇에 갇힌다면 생각부터 틀에 박히고 만다. 아름말을 익히고 아름글을 여미어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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