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푸른책
두걸음 ― 보금자리꽃
: 한식구·가정불화·가정폭력·집안일을 나누다
‘가정불화·가정폭력’는 무엇일까요? 이런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어쩐지 소름이 돋거나 무섭거나 싫거나 괴로울 수 있습니다. ‘한식구’나 ‘한지붕’이란 무엇일까요? ‘집안일’이나 ‘집살림’이란 무엇일까요? 낱말을 살짝 바꾸어 보아도 말결이 사뭇 다릅니다. 집안일을 어머니 혼자 맡거나 아버지 홀로 떠안아야 한다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고단해요. 그렇지만 ‘일’이 아닌 ‘살림’으로 바라보면서 어머니랑 아버지가 함께 짓는 집살림이라 한다면, 여기에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어버이하고 사이좋게 사랑으로 가꾸는 집살림이라 한다면, 이 또한 확 다르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가는 집안은 어떤 길을 갈 적에 즐겁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재미나고 느긋하며 아늑할까요?
집 안팎에서 불거지는 아픈 주먹다짐이나 매질이나 막말이나 막짓을 고스란히 다루는 그림책도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다른 결로 이 실타래를 바라보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헤아리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집’이란 무엇이고 ‘보금자리’란 무엇이며 ‘어버이’ 노릇이란 무엇이고 ‘살림’은 누가 어떻게 다스리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을 열 가지 추려 봅니다.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정경임 옮김, 지양사, 2002.10.1.
: 옷 한 벌은 어떻게 마련해서 나누면 즐거울까요? 옷을 사러 나들이를 가기도 하지만, 손수 옷을 짓기도 해요. 먼 옛날부터 누구나 집에서 어버이가 사랑으로 옷을 지어서 아이한테 입혔습니다. 옷을 지으려면 천이, 천을 짜려면 실이, 실을 자으려면 풀줄기나 솜털이나 양털이나 누에고치가 있어야 해요. 이 모든 길을 어린이가 손수 헤아리면서 스스로 옷을 짓는 길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이상경 옮김, 다산기획, 1994.9.1.
: 한자말 ‘식구’는 “밥먹는 사이”를 나타내고, 한자말 ‘가족’은 “피를 나눈 사이”를 나타내며, 오랜말 ‘한지붕’은 “함께 지내는 사이”를 나타내요. 우리는 집에서 서로 어떤 사이일까요? 우리 사이를 새롭게 나타낼 이름을 지으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사랑지기·살림지기·삶지기’처럼 서로 지키는, ‘사랑님·살림님·삶님’처럼 서로 아끼는 뜻으로. 한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그려 봐요.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허은미 옮김, 웅진주니어, 2001.10.15.
: 이제는 어머니 혼자 집일을 하기보다는 아버지도 함께 하고 어린이·푸름이가 함께 하는 흐름으로 달라진다지만, 아직 적잖은 어른은 ‘집안일은 가시내 몫’으로 여깁니다. 우리는 저마다 꿈으로 품는 길을 갈 적에 즐겁거나 아름답지 않을까요? 어머니는 집에서 어떤 자리인가요? 우리는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어떤 눈길로 바라보나요? 그리고 어머니랑 아버지는 어린이·푸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요?
《어린 음악가 폭스트롯》
헬메 하이네 글·그림/문성원 옮김, 달리, 2003.11.10.
: 돈 많고 이름 높고 힘이 센 집안에서 태어나 ‘돈·이름·힘’을 물려받은 어린이·푸름이 앞날이 밝거나 걱정없거나 좋을까요? 우리는 굳이 어버이 살림을 고스란히 물려받거나 따라야 할까요? 다 다른 우리는 다 다르게 하루를 지을 만해요. 저마다 다른 우리는 스스로 즐겁게 노래할 길을 찾을 만해요. 나랑 너랑 다르기에 서로 동무가 됩니다. 다른 몸짓이며 숨결을 더 아끼고 싶으니 이웃이 되어요.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사노 요코 글·그림/이영미 옮김, 나무생각, 2008.12.17.
: 으레 ‘산타 할아버지’처럼 산타라는 분은 사내 몫으로 여겨 버릇합니다만, ‘산타 할머니’라면 어린이한테 어떤 사랑을 베풀거나 나누려는 길을 가려나 하고 생각해 봐요. 할아버지 사랑도 아름다울 테고, 할머니 사랑도 포근할 테지요. 사내라서 파랑옷에 자동차 장난감만 받아야 할까요? 사내여도 얼마든지 꽃을 그리고 치마를 입고 인형놀이를 할 수 있어요. 어떤 몸이냐보다 어떤 마음빛이냐를 살펴봐요.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미야니시 다쓰야 그림/양선하 옮김, 효리원, 2009.10.15.
: 낳은 사랑이 있고, 돌보는 사랑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높거나 거룩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르면서 빛나는 사랑일 뿐입니다. 남한테 자랑할 만해야 하는 어버이가 아닌, 우리가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마주하며 반길 어버이라고 느껴요. 새는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는 새를 사랑합니다. 승냥이는 토끼도 다람쥐도 족제비도 사랑할 수 있고, 거꾸로도 매한가지예요. 모든 아이는 사랑을 받아 이 별에 태어납니다.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4.6.30.
: 할 수 없는 사람은 없어요. 아직 때가 덜 무르익거나 철이 들지 않을 뿐입니다.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바로 해내는 사람이 있고, 숱하게 고꾸라진 끝에 해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때로는 끝내 못해도 좋아요. 아무 솜씨가 없어도 돼요. 굵은 나뭇가지에 줄을 매어 그네를 타면서 꽃내음을 맡아 봐요. 차근차근 바라보면서 한 걸음씩 내딛어요. 넘어져도 즐겁습니다. 새로 일어나 활짝 웃으면 돼요.
《바구니 달》
메리 린 레이 글·바버러 쿠니 그림/이상희 옮김, 베틀북, 2000.7.15.
: 오늘날 웬만한 집안은 가게에 가서 돈으로 사다가 쓰는 살림입니다만, 고작 쉰 해쯤 앞서만 해도 웬만한 집안은 스스로 짓는 살림이었고, 백 해쯤 앞서는 그야말로 거의 다 스스로 지어서 나누고 물려주며 오순도순 알뜰한 살림이었어요. 어린이·푸름이는 어떤 마음이며 손길을 물려받을 적에 기쁠까요? 어른·어버이는 어떤 사랑이며 숨결을 물려줄 적에 아름다울까요? 알뜰살뜰 가꾸기에 넉넉한 하루입니다.
《사과씨 공주》
제인 레이 글·그림/고혜경 옮김, 웅진주니어, 2007.10.15.
: 씨앗 한 톨을 심을 적에는 나무를 심는 셈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우람히 크기까지는 열 해뿐 아니라 쉰 해가 훌쩍 지나야 합니다만, 나무를 심을 적에는 ‘오늘 누리는 열매나 꽃이나 그늘’보다는 ‘앞으로 한결 푸짐하게 나눌’ 보금자리랑 마을을 헤아린다고 할 만해요. 이 땅에 무엇을 심어 볼까요? 우리 마음밭에는 무엇을 심을까요? 그리고 동무하고 이웃하고 만나는 자리에는 무엇을 심어 보겠는지요?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
완다 가그 글·그림/신현림 옮김, 다산기획, 2008.9.30.
: 어린 동생을 돌보는 언니는 듬직합니다. 갓난아기인 동생을 살살 안고 어르면서 노래하는 언니는 믿음직합니다. 우리는 모두 아기였어요. 우리는 모두 빛나는 넋으로 이 별을 두루 날아다니며 놀다가 우리 어버이를 찾아서 태어났어요. 우리가 자라는 동안 건사하는 어버이 살림길이란 무엇일까요? 집안일을 같이 해볼까요? 집살림을 함께 여며 볼까요? 힘이 드니까 어깨동무하고, 서로서로 도우며 웃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