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30.


《전염병 전쟁》

 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20.6.10.



숲이며 풀밭에는 어김없이 벌레가 있다. 나무에도 벌레가 함께 있다. 나무마다 다 다른 벌레가 깃들고, 다 다른 나비가 깨어난다. 나무를 집으로 삼아 지내는 벌레는 나뭇잎을 갉고 나무줄기를 파기도 하지만, 나무꽃이 피면 꽃가루받이를 해주지. 풀밭에서도 매한가지.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배추를 갉는다지만, 이 애벌레가 나비로 깨어나면 배추꽃이 흐드러질 적에 꽃가루받이를 해준다. 사람이 안 버린다면, 풀밭이며 숲이며 바다에는 쓰레기가 없다. 작은 벌레가 모든 주검이며 찌꺼기를 낱낱이 갉아먹으며 없애니까. 사람이 없는 숲이며 들이며 바다가 왜 깨끗하며 아름다울까? 다 다른 목숨붙이가 저마다 고루 얽히면서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이지. 《전염병 전쟁》을 읽으며 오늘날 돌림앓이를 다시 생각한다. 이 나라를 비롯해 어디이든 하나같이 ‘백신’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 버릇하지만, 백신만으로 될까? 더 밑바닥을 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만 빼곡한 데에서 돌림앓이가 퍼진다. ‘꽉 막힌 시멘트집’에 벌레 한 마리라도 있는가? 풀 한 포기나 꽃 한송이라도 있는가? 서울·대구·인천·광주 한복판에 나비가 날거나 잠자리가 춤추거나 제비가 있나? 지렁이·공벌레·개미뿐 아니라 푸나무가 함께 있지 않다면 돌림앓이는 안 수그러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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