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말길을 찾아서 (2020.6.26.)

― 충남 천안 〈갈매나무〉


  열일곱 달 만에 천안마실을 합니다. 얼핏 열일곱 달은 긴 듯하면서, 지나고 보면 어제 같습니다. 마음에 없는 사이라면 날마다 마주하더라도 고달프면서 지겨울 테지만, 마음에 있는 사이라면 모처럼 마주하더라도 새롭게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지필 테지요. 이웃님 여섯 분한테서 밑돈을 얻어 〈갈매나무〉에 찾아옵니다. 조선총독부에서 낸 《朝鮮語辭典》을 장만하려는 길입니다. 1920년에 처음 나온 사전에 왜 1928년 책자취가 찍혔는지 모르지만 이제 제 곁에 이 사전을 두면서 말길을 새롭게 여미는 동무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해묵은 사전을 왜 뒤적이느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만, 우리가 쓰는 ‘우리·쓰다·말·나무’ 같은 낱말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를 헤아릴 길이 없어요. 우리 마음이 스미면서 살갑고 따스하고 즐겁게 쓰는 모든 말은 하나같이 해묵은 낱말입니다. 우리는 해묵은 낱말에 새로운 빛줄기를 생각이라는 씨앗으로 심어 마음에 놓기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합니다.


  오랜 책길이 새로운 손길로 피어납니다. 오래 이은 책넋이 새로 짓는 숨결로 자라납니다. 오래 다스린 살림이 새로 가꾸는 사랑으로 잇닿습니다. 오래오래 사귄 사이는 두고두고 너나들이로 흐르면서 어깨동무라는 꽃길을 이끕니다.


  말길을 찾아서 책숲마실을 다닙니다. 말밑을 찾아서 이 나라 숱한 책집을 떠도는 동안 고맙게 곁책을 만납니다. 《조선어사전》을 사러 〈갈매나무〉에 왔다가 다른 책도 잔뜩 보는데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도 품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기에는 주머니가 탈탈 털려서 손가락만 쪽 빼물었습니다. 오늘은 품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고이 품는 날이 있겠지요.


《朝鮮語辭典》(朝鮮總督府, 1928/1932)

《中等漢文讀本 卷一》(김경돈 엮음, 동방문화사, 1947)

《中等漢文讀本 卷二》(김경돈 엮음, 동방문화사, 1949)

《高等小學 算術書 第二學年 兒童用》(文部省, 1932)

《尋常 小學國史 上卷》(文部省, 1920)

《키리히토 찬가 3》(테즈카 오사무/서현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

《落弟生의 글과 그림》(민관식, 아세아정책연구원, 1976)

《4月의 塔》(편찬위원회, 세문사, 1967)

《톰의 별명은 위대한 두뇌》(죤.D피쯔제랄드/정돈영 옮김, 상서각, 1986)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김영사, 1989)

《불타는 그린 1》(이상무, 서울문화사, 1997)

《에미는 先覺者였느니라, 羅蕙錫一代記》(이구열, 동화출판공사, 1974)

《모래 위에 쓴 落書》(김동명문집간행회 엮음, 김동명, 신아사, 1965)


― 충남 천안 〈갈매나무〉

충남 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280

041.555.850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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