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푸른책
첫걸음 ― 어깨동무
: 평등·성평등·평화·민주를 나누다
‘평등·성평등’이나 ‘평화·민주’란 무엇일까요? 이런 낱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이런 낱말을 널리 쓰긴 합니다만, 이 말씨는 모두 일본사람이 한자말로 엮어서 퍼뜨렸습니다. 일본은 유럽 여러 나라 살림길이 일본보다 크게 앞선다고 여겨 낱낱이 받아들이려 했고, 이러면서 서양말을 일본말로 옮기려고 무던히 힘써서 ‘평등·평화·민주’ 같은 한자말을 엮었어요.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일본 한자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이 말씨로 가르치고 배웠으며, 어느덧 삶터 곳곳에 이러한 말씨가 뿌리를 뻗습니다.
이 말씨를 그냥 써도 나쁘지 않지만, 다섯 살 어린이한테는 모두 어렵기만 합니다. 열 살 어린이한테도 그리 마음으로 와닿을 만한 말은 아니지 싶어요. 그래서 저는 평등이며 평화이며 민주라는 얼거리를 ‘어깨동무’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서로 빙긋빙긋 웃으면서 수다를 떨며 걷는 매무새인 어깨동무예요. 따돌림도 괴롭힘도 아닌, 미움도 싫음도 아닌, 상냥하게 손을 맞잡고 다같이 어우러져 노는 어깨동무이지요. 이러한 어깨동무를 부드러우면서 사랑스레 나눌 만한 그림책으로 열 가지를 꼽아 봅니다.
《닉 아저씨의 뜨개질》
마가렛 와일드 글·디 헉슬리 그림/창작집단 바리 옮김, 중앙출판사, 2002.4.10.
: 뜨개질하는 아저씨하고 아주머니는 저마다 혼자 사는데, 날마다 기찻간에서 만나서 뜨개질하는 사이라지요. 어느 날 아주머니는 앓아누워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어려울 듯하대요. 이때 뜨개질동무인 닉 아저씨는 어떻게 하면 뜨개질동무인 아주머니가 기운을 차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여태 아직 뜬 적이 없는 새로운 뜨개질을 하기로 합니다. 뜨개바늘하고 뜨개실이 잇는 마음길이에요.
《손, 손, 내 손은》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테드 랜드 그림/이상희 옮김, 열린어린이, 2005.6.20.
: 우리가 살아가는 푸른별에는 누가 이웃에 있을까요? 모든 나라는 날씨랑 철이 달라요. 눈이 잦은 곳이 있다면 비가 잦은 곳이 있어요. 무더운 곳이 있다면 서늘하거나 추운 곳이 있어요. 누구는 살갗이 까맣고, 누구는 살갗이 하얗거나 누르스름하지요. 키도 몸집도 모두 달라요. 이렇게 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어떤 손이요 손길이며 손빛일까요? 우리 손은 어느 때에 아름다이 빛날까요?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글·그림/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10.10.
: 이 땅을 살기 좋도록 가꾸는 길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돈을 잔뜩 벌어서 뭔가 세우면 이 땅이 살기 좋을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 같은 벼슬을 얻으면 뭔가 이 땅을 바꿀 만할까요? 어린이·푸름이·아가씨·아줌마라는 길을 지나 할머니에 이른 럼피우스란 분은 할머니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깨달았다고 합니다. 온누리를 살기 좋도록 가꾸는 길은 바로 꽃씨 한 톨이요, 꽃씨 심는 두 손인 줄.
《토끼의 의자》
고우야마 요시코 글·가키모토 고우조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0.11.30.
: 토끼가 서툴어 보이는 못질을 콩콩 하더니 걸상을 하나 짭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는 이 나무걸상을 큰나무 곁에 놓아요. 애써 짠 걸상인데, 숲마을에 사는 모든 숲동무가 나무그늘에 있는 나무걸상에 앉아서 다리를 쉬어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지요. 토끼는 그저 걸상 하나를 짜서 나무 곁에 놓았는데요, 이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냥한 마음은 어떤 마음으로 잇닿을까요?
《붉나무네 자연 놀이터》
붉나무 글·그림, 보리, 2019.5.1.
: 모든 어린이는 신나게 뛰놀고 노래하려고 어버이를 찾아왔다고 여깁니다. 모든 어른은 마음껏 뛰놀고 춤춘 삶을 누렸기에 듬직하고 의젓하면서 포근한 마음을 아이한테 나누어 줄 만하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어떻게 놀면 재미날까요? 어떤 놀잇감이 있으면 신버람일까요? 홀가분하게 뛰어놀고 노래하며 자란 마음에는 사랑이라는 꿈이 싹트기 마련입니다. 놀이가 노래가 되어 사랑으로 흐르기에 철이 들어요.
《작은 새가 온 날》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글/임은정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2.8.30.
: 콩 석 알이 있으면, 사람 한 알 새 한 알 벌레 한 알, 이렇게 나눈다고들 했습니다. 사람만 먹어야 하지 않아요. 옛날부터 흙살림을 여민 어른은 이런 뜻을 이야기로 엮어서 물려주었어요. 새가 있기에 벌레를 잡고 노래해요. 벌레가 있기에 새한테 잡히기도 하지만 꽃가루받이를 하는 나비로 깨어나요. 사람은 나비를 반기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누리면서 밭을 일굽니다. 서로서로 사이좋은 이웃입니다.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8
: 들판에서 들꽃을 엮으면서 들놀이를 즐기는 들꽃아이가 있다지요. 들꽃아이가 가시내라면 들꽃순이요, 들꽃아이가 사내라면 들꽃돌이입니다. 너른들에서 푸르게 일렁이는 풀빛이란 우리 마음을 달래고 몸을 다독이는 상큼한 빛이에요. 잘나거나 이름나거나 돈을 많이 거머쥐어야 되는 공주님이 아닌, 들꽃을 알고 들꽃을 누리며 들꽃하고 하나되는 마음이기에 바야흐로 아름다이 하루를 짓습니다. (한국 번역판은 ‘내가 진짜 공주님’이지만, 일본판은 ‘들순이’란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곰인형의 행복》
가브리엘 벵상 글·그림/이정기 옮김, 보림, 1996.7.30.
: 곰은 숲에서 날쌘돌이예요. 곰은 숲에서 으뜸이예요. 곰은 숲에서 벌꿀뿐 아니라 고기잡이나 열매찾기를 누구보다 잘해요. 곰은 숲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나무타기도 빼어나지요. 숲을 지키는 이는 바로 곰이라 할 만합니다. 어른들이 곰인형을 따로 지어서 아이한테 건네는 숨은뜻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낡았다며 버려지는 곰인형도 많대요. 할아버지 한 분이 버려진 곰인형을 건사해서 고이 손질한대요.
《메리와 생쥐》
비버리 도노프리오 글·바바라 매클린톡 그림/김정희 옮김, 베틀북, 2008.3.10.
: 열두띠 가운데 첫째로 있는 ‘쥐’입니다. 쥐는 더럼이가 아닌데, 엉뚱하게 쥐를 더럽거나 나쁘다고만 여기는 흐름이 불거졌어요. 꾀바르기도 하고 장난꾸러기인 쥐입니다. 쥐도 사람하고 똑같이 오순도순 한지붕을 이루어 살아가고, 하루하루 새롭게 꿈을 꾸는 나날이에요. 쥐는 아이한테, 아이는 쥐한테 서로 동무가 된다는데, 어른들 눈치 때문에 좀처럼 둘 사이가 시원스레 트이지가 않더니 어느 날 …….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오숙은 옮김, 미래사, 2003.10.10.
: 열 살이란 나이라면 손수 밥을 지어서 차리는 때입니다. 열 살쯤이라면 손수 밭도 일구고 나무도 돌보는 무렵입니다. 열살 언저리라면 손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고 엮어서 어버이나 동생한테 들려주면서 철빛이 무르익습니다. 우리는 어떤 밥을 먹나요? 우리는 사랑 담긴 밥을 먹나요, 아니면 어른이 해주는 밥을 조용히 받기만 하나요? 아니면 돈으로 사다가 먹나요? 손수 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