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1.
《긴 호흡》
메리 올리버 글/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2019.12.20.
“Good night”을 “굿 나잇”으로 옮기면 될까, “좋은 밤”으로 옮기면 될까, 아니면 “잘 자”나 “잘 자렴”이나 “꿈 꾸렴”이나 “고요히 자렴”으로 옮기면 될까. 거꾸로 생각하자. “잘 자”라는 한국말을 영어로 어떻게 옮기면 될까? 《긴 호흡》을 마을책집에서 집어들어 읽다가 내려놓는다. 옮김말 탓에 지친다. “창작은 고독을 요한다”는 무슨 소리일까. 영어가 이런 꼴로 생겼는가, 아니면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면 이런 글이 되는가? 한국말도 아니요, 영어도 아니며, 거의 일본 말씨라고 해야 할, 무늬만 한글인 이런 글이 종이에 척척 찍혀서 나와도 좋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옮겼고, 이렇게 엮었으며, 이렇게 내놓았고, 이렇게 책집으로 들어온다. 학교라는 곳은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을 어떤 말씨로 들려주면서 가르치는가? 사회라는 곳은 아이들한테 어떤 사랑을 어떤 글씨로 보여주면서 들려주는가? 다시 생각한다. “외로워야 짓는다”나 “쓸쓸할 적에 쓴다”나 “조용히 짓는다”나 “혼자서 쓴다”나 “지을 적에는 혼자다”나 “쓸 적에는 혼자다” 같은 말마디를 조용히 읊는다. 아마 어떤 분은 혼자여야 쓰겠지. 아니 쓸 적에는 혼자일밖에 없겠지. 곁님이나 아이나 동무가 있으면 수다를 떨어야 하니, 글은 혼자 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