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0


《증언,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솔로몬 볼코브 엮음

 김도연 옮김

 종로서적

 1983.4.20.



  읽은 책도 많으나 안 읽거나 못 읽은 책도 많습니다. 오늘 이 모든 책을 다 읽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열 해가 흐르고 스무 해가 가면 이럭저럭 더 읽어내리라 여깁니다. 아는 책이 있을 테지만 모르는 책이 훨씬 많고, 읽은 숨결이 있겠지만 미처 못 읽은 숨결이 수두룩해요. 쇼스타코비치란 분도 “누군데?” 하고 물을 뿐 몰랐습니다. 헌책집에서 《증언, 쇼스타코비치 회고록》을 만나면서 참 쉽지 않은 길을 꿋꿋하게 걸은 사람이고, 그 걸음을 노랫가락에 얹어서 나누려 했네 하고 깨닫습니다. 죽음길을 앞두고 조용히 말을 남기고, 이 말을 가만히 묻어두다가 흙하고 한덩어리가 된 다음에 《증언》이란 이름을 온누리에 나오도록 했다는데요, ‘밝히다’나 ‘외치다’라고 하는 목소리를 왜 흙에 묻히기 앞서 바람을 마시고 해를 머금는 무렵에는 털어놓지 못해야 했을까요. 왜 이 푸른별은 나라를 가르고 우두머리가 서야 할까요. 왜 이 파란별은 다 달리 아름답게 피어나는 노래를 한껏 누리기보다는 울타리를 세워서 어느 틀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억눌러야 할까요. 새를 비롯해 풀벌레한테도 나라·가시울 따위란 없습니다. 바람·구름·해·비·꽃·숲은 어느 한 나라나 고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노래를 가두거나 가르는 이는 바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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