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을 못 읽은 책집마실 (2017.4.29.)


― 경북 포항 〈달팽이책방〉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10번길 32

070.7532.3316.

https://www.instagram.com/bookshopsnail



  지난 3월에는 사진판을 땀빼며 들고 나르려 포항마실을 했다면, 이달 4월 끝자락에는 이야기꽃을 펴는 자리가 있어 포항마실을 합니다. 가볍게 스미는 봄바람이며 봄볕이 곱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포항 효자동은 마을책집 〈달팽이책방〉이 있어 든든하구나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꽃 자리에는 1인출판사 스토리닷 대표님이 아이하고 함께 찾아오셨습니다. 올해에 써낼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이란 책을 놓고 여러모로 이야기하고, 같이 낮밥을 누립니다. 밥집지기님이 “포항에 여행 오셨나요?” 하고 물으시기에 “포항에 있는 마을책집을 보려고 왔어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포항버스나루에서 택시로 책집까지 오는 길에 택시 일꾼은 “효자동에 뭐 볼 게 있어서 가십니까?” 하고 물으셔서 “효자동에는 포항을 빛내는 엄청난 마을책집이 있답니다.” 하고 얘기했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라 곳곳 마을책집은 하나같이 대단합니다. 그동안 ‘글쓴이하고 만나는 자리’는 으레 큰책집에서만 하기 일쑤였고, 큰 출판사에서 꾸리기 마련이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온나라 마을책집에서 조그맣고 알뜰하게 이야기판을 꾸립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이는 자리가 아닌, 가까이에서 숨소리까지 느낄 만하도록 아기자기하게 모여서, ‘글쓴이 혼자 떠드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한결 깊고 넓게 마음을 북돋우는 수다판’으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밤을 밝히는 촛불 한 자루는 아주 조그마하겠지요. 한 사람이 손에 쥔 촛불 한 자루라면, 열 사람이 열 자루, 서른 사람이 서른 자루를 쥐면서 둘레를 포근하게 밝힙니다. 다 다른 숱한 글쓴님이 꾸준하게 여러 마을책집을 고루 찾아나서면서 자그맣게 꾸미는 수다판이라면 조금 더 삶에 뿌리내린 슬기로운 숨결이 피어날 만하리라 봅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제가 이야기꽃을 펴는 자리인 터라 “작가님, (다른) 책은 그만 보고, 작가님 책에 미리 사인하셔야지요!” 하는 말씀에 맞추어 ‘다른 글님이 쓴 다른 책’은 다음에 읽기로 하고, 제가 쓴 사전하고 책에 바지런히 넉줄글이나 석줄글이나 닷줄글을 남깁니다. 다 다른 이웃님이 이 사전하고 책을 만나시기를 바라면서 다 다른 짧은 동시를 그립니다. 포항 이웃님한테 들려준 이야기를 간추려 옮깁니다.



  시골에서 지은 사진 ― 아이랑 짓는 살림을 고스란히


  온누리 모든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요. 온누리 모든 어버이는 이녁 아이를 바로 그분들 스스로 가장 즐겁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게 잘 찍을 수 있어요. 사진 솜씨를 배워야 아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사진 재주가 있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사랑으로 바라보고 살림을 함께 짓는 기나긴 길동무로 바라보기만 하면 아주 값싸고 허름한 사진기를 갖추었어도 언제나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말사전을 새로 짓는 일을 하기 때문에 늘 ‘말·넋·삶’을 함께 헤아려요. 사진도 이 얼거리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스스로 바라보려는 눈길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면서 사진도 달라진다고 느껴요.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 말씨가 달라지듯이,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담는 사진이 달라진다고 느껴요. 멋부리려는 마음에서 멋부리려는 말이 흘러요. 속을 가꾸려는 생각에서 속을 가꾸는 말, 이른바 알찬 말이 흘러요. 멋부리려는 마음에서 멋부리려는 사진이 태어나요. 서로 사랑하려는 생각을 지으면 서로 사랑으로 바라볼 사진이 태어나요.


  아이들한테 사진기를 쥐어 주면 아이들이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한번 눈여겨보세요. 아이들은 오직 사랑으로 즐겁게 찍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사진을 매우 잘못 알기 일쑤예요. 사진은 ‘배워서’ 찍을 수 없습니다. 사진은 오직 ‘사랑으로’ 찍을 뿐이지 싶습니다. 말은 ‘배워서’ 할 수 없습니다. 말도 늘 오직 ‘사랑으로’ 주고받을 뿐이지 싶습니다. 사진읽기나 사진찍기를 가르치거나 배울 까닭이 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읽고 찍으면 된다고 느낍니다. 글쓰기나 말하기를 따로 가르치거나 배울 까닭도 없이, 늘 스스로 살림을 짓는 몸짓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고 느껴요.


  삶을 짓는 사랑으로 살림을 스스로 신나게 가꾸는 새로운 마음으로 말을 빚고 생각을 나눕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삶을 짓는 사랑으로 살림을 스스로 신나게 가꾸는 새로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 즐깁니다. 그저 삶을 사랑으로 짓는 새로운 생각을 스스로 북돋아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사진을 찍으면 돼요. 이리하여 저는 이야기 한 자락으로 웃음꽃을 지피고 싶은 마음에 제가 시골집에서 요 몇 해 사이에 아이들하고 짓는 신나는 살림이 살짝 묻어나는 사진 꾸러미를 챙겨서 조촐히 사진잔치를 마련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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