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6.


《배달 일기》

 최진 글, 한티재, 2016.3.19.



작은아이한테 말한다. “보라야, 올해 앵두알을 재워 볼까?” “음, 그럴까요?” 작은아이는 아버지랑 앵두나무 곁에 서서 앵두알을 나란히 훑는데, 그릇보다 입에 조금 더 자주 들어간다. 나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바지런히 훑는다. “누나가 앵두나무를 보고 놀라겠네. 앵두가 다 없어져서. 그렇지만 다 따지는 않고 곳곳에 남았으니 찾아내면 되겠지.” 작은아이 말에 또 웃는다. 작은아이는 앵두알 따기가 힘든지 슬그머니 달아나서 논다. 그래, 앵두알 따기도 놀이요, 달아나기도 놀이란다. 뭐든 다 놀이야. 시집 《배달 일기》는 한동안 ‘절판’이었는데 어느 날 살펴보니 ‘살 수 있음’으로 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니 다시 판이 끊어질까 싶어 서둘러 장만했다. 경상북도 멧골자락에서 택배일꾼으로 지낸 살림을 옮긴 시인데, 투박하게 옮긴 노래는 따뜻하고, 글멋을 부린 시는 재미없다. ‘문학’을 하려 들면 따분한데, 참 많은 분들이 ‘시문학’이나 ‘소설문학’을 하려고 든다. 왜 꾸미려 할까? 땀흘렸으니 땀흘린 하루를 그냥 옮기면 된다. 웃고 울었으니 웃음이랑 울음을 낱낱이 옮기면 된다. 노래에는 위아래가 없다. 모두 노래이다. 일노래도 놀이노래도, 눈물노래도 웃음노래도 다 노래인걸. 시인 아재여, 그저 노래를 부르소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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