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기 한티재시선 5
최진 지음 / 한티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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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9


《배달 일기》

 최진

 한티재

 2016.3.19.



  국민학교·중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틈틈이 어머니를 돕다가, 때로는 방학 동안 한두 달짜리 곁일로 신문을 돌렸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몇 해 동안 신문돌리기는 살림일이 되었습니다. 신문을 돌리며 ‘신문 보는 이’를 만날 일이 없습니다. 신문값을 거둘 때에 비로소 문틈으로 빠꼼 마주합니다. 신문값이 얼마나 된다고 ‘집에 없는 척’하고 몇 달을 질질 끄는 분이 곧잘 있지만, 또 반 해치를 밀리다가 달아나는 분이 더러 있지만, 따뜻하게 끓인 차를 넌지시 내민 분이 이따금 있어요. 《배달 일기》는 짐을 사이에 놓고 사람하고 사람을 잇는 길에서 밥벌이를 하는 삶을 담아냅니다. 예전에는 우체국에서 도맡던 짐나르기를 어느덧 택배회사에서 거의 맡습니다. 잇는 길은 여럿입니다. 몸소 찾아가서 건네며 얼굴을 마주하는 길이 있고, 심부름을 맡기며 마음으로 띄우는 길이 있어요. 일자리나 밥벌이로 이 길을 바라보아도 되고, 삶자리나 살림자리로 이 길을 마주해도 됩니다. 잇는 줄 알기에, 이으면서 마음으로 피어나는 노래가 있기에, 말 한 마디는 새롭게 빛나고 얘기 한 토막은 새삼스레 아름답습니다. 경상북도 두멧시골을 담뿍 만납니다. ㅅㄴㄹ



이고 쫌 갖다 주소 // 수산댁이 할매가 / 둘째 손자 낳은 딸에게 / 서울로 쌀을 보내다 말고 / 묵은 빚이라도 갚는 듯이 / 택배비 위에 만 원 지폐 한 장 / 부산스레 얹는다 // 기사 양반 둘째가 희한하네 / 지난 장날 시장에서 내를 알아보고 / 할머니 저 할머니 알아요 / 저 할머니 집 가봤어요 / 하고는 내 손을 잡고 걷데 / 고춧가루 빻는다꼬 돈이 없어가 / 그날 용돈을 몬 줬니더 (빚/50쪽)


찾는 물건도 없는 꼬부랑 할매 / 할미꽃처럼 굽어 피어 / 제 집은 지나쳤다 지나오는 / 택배기사 붙들고는 // 약도 안 친 꼬추니더 / 쪼매 찍어 묵어 볼라니껴? (오기 웃골 할미꽃/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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