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31.


《나의 원피스》

 니시마키 가야코 글·그림/황진희 옮김, 한솔수북, 2020.4.17.



요즘은 새말짓기랑 말밑찾기를 함께 한다. 손질하거나 새로 지을 말을 그때그때 생각해 내는데, 말밑을 찾으면서 새말을 지으니 훨씬 재미나면서 뜻있더라. 말밑은 옛책에서 찾거나 캐지 않는다. 옛책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스스로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나누던 사람들이 수수하게 숲에서 빚었기에, 이 얼거리를 숲살림으로 읽고 느껴서 헤아린다. 요 몇 달 사이에 ‘알’이란 낱말을 풀려고 한참 밑그림을 짰고, ‘얼·알다·안·씨앗·낟알·알뜰살뜰·아름답다·아름드리·안다·속알머리·알맞다’를 거쳐 ‘나·사람’으로 잇닿는 고리를 찾아냈다. 《나의 원피스》를 한 달 동안 책상맡에 놓고 읽다가 이제 책숲으로 옮긴다. ‘내가 사랑하는 한벌옷’은 내 손으로 지은 옷일 뿐 아니라, 내가 찾아가는 곳에서 즐기는 놀이에 맞추어 새롭게 빛난다. 풀밭에서 풀빛이 되고, 눈밭에서 눈빛이 되다가, 비가 흩뿌리는 날에 비내음이 묻어나는 옷. 구름이랑 놀면 구름무늬를 새기고, 무지개를 타면 무지갯빛이 어리겠지. 살림하는 자리에서 어떤 마음으로 웃고 노래하느냐에 따라 모두 바뀐다. 웃는 살림이라면 웃는 말씨가 되고, 웃는 하루가 되며, 웃는 이야기가 되겠지. 사랑은 오래되면서 새롭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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