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말들 -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서점에서 배웠다 문장 시리즈
윤성근 지음 / 유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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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28


《서점의 말들》

 윤성근

 유유

 2020.4.14.



서점 주인은 서점 그 자체이며 서점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이다. (21쪽)


서점은 도시의 소음을 거두는 숲과 같다. (37쪽)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걷다가 크고 작은 서점을 자주 만나는 동네에 방문했을 때, 나는 마음이 든든해지고 선한 예감으로 충만해진다. (55쪽)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는 게 일인데, 그래서 나는 목적보다는 의미를 선택했다. (89쪽)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다. 자유다. 학교는 자유를 가르쳐 주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97쪽)


큐레이션 시대는 금방 지나갈 것이고, 서점은 그야말로 다시 책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던 때로 돌아가야 한다. 책 무더기는 평범한 무더기가 아니다. 이런 무더기 속에서라면 주인이 아니라 손님들의 큐레이션 능력이 제대로 빛날 수 있다. (137쪽)



  미닫이나 여닫이를 활짝 젖히면 우리 보금자리로 무엇이 들어오나요. 햇살이며 햇빛이며 햇볕이 소복소복 들어오는지요. 멧새가 철 따라 다르게 노래하는 살림결이 들어오는가요. 여름을 맞이해 짙푸른 나뭇잎이라든지 겨울을 앞둔 싯누런 가랑잎이 들어오나요.


  모시나 쑥이나 고들빼기나 소리쟁이나 달걀꽃을 낫으로 석석 베어 눕혀 놓으면, 아직 푸른물이 가득한 이 아이들을 맨발로 밟을 적에도 싱그럽지만, 푸른물이 사라지고 흙으로 돌아가려고 바싹 마를 적에도 산뜻합니다. 기계로 잘게 쳐내면 느끼지 못하는 숨결입니다. 손으로 다스리는 살림이라면 두 손을 비롯해 온몸으로 온숨이 밀려들지요.


  서울 한복판은 어떤 곳일까요. 한때 서울 한복판에서 지내며 날마다 몇 군데씩 책집마실을 다닌 적 있는데, 이제 와 돌아보노라면, 서울처럼 커다란 고장에서 책집은 냇가나 우물가처럼 쉼터예요. 빽빽한 집이며 시끄러운 자동차로 출렁대는 큰고장에서 작은 숨결인 사람 하나가 몸을 쉬고 마음을 달래는 터가 바로 책집이지 싶습니다. 《서점의 말들》(윤성근, 유유, 2020)은 서울 은평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알맞춤한 자리에 홀가분히 책집을 가꾸는 지기 한 분이 여민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책집이란 어떤 곳인지, 책으로 둘러싼 조촐한 자리가 사람들한테 어떤 빛을 나누어 주는지 두 갈래로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먼저, 책집지기가 읽은 책에서 몇 대목을 옮깁니다. 다음으로, 책집지기가 책집에서 일하고 살아오며 마주하고 겪은 일을 맞물려 놓습니다. 책이 들려주는 목소리하고, 책집이 속삭이는 말소리하고, 책집지기가 이야기하는 노랫소리를 같이 밝히는 셈입니다.


  얼핏 헤아리자면 ‘책집이 무슨 말을 하지?’ 하고 갸우뚱할 만합니다. 책집은 찻집이며 떡집이며 옷집처럼 그저 가게 가운데 하나일 텐데, 무슨 입이 있어서 말을 하느냐고 물을 만해요. 그러나 “책집도 말한다”고 느껴요. 손에 쥔 책은 숲에서 자라던 푸른 숨결로 우리한테 속삭이듯, ‘책이 된 나무’를 품은 책집은 마치 ‘나무를 품어 자라게 한 숲’ 같은 숨결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싶습니다.


  한자말로 치면 ‘-방(房)’이나 ‘-점(店)’입니다만, 한국말은 ‘가게’를 ‘집’이란 낱말로 가리키곤 해요. 그저 사고파는 자리인 가게라는 틀을 넘어서, 우리가 포근하게 어우러지면서 살림을 하고 쉬며 하루를 누리는 보금자리라는 뜻을 담아 ‘집’을 붙이지요. 이런 책집이 크고 작게 마을 곳곳에, 골목 한켠에 깃든다면, 아무리 커다란 고장이더라도 숨을 돌리고 몸마음을 추스르면서 하루를 새롭게 짓는 눈을 뜨는 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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