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찾아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5.1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지난해 가을부터 살림돈이 바닥을 쳤습니다. 틈틈이 형한테서 살림돈을 빌려서 지냅니다. ‘아직 긁지 못한 필름을 스캐너로 긁기’를 할 ‘필름스캐너’를 다시 장만하지 못합니다. 필름스캐너보다 집살림 꾸리기를 앞에 놓았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면, 넉 달쯤 책을 한 자락도 안 산다면 새 필름스캐너를 장만할 목돈이 됩니다. 그만큼 필름스캐너는 값이 셉니다. 필름스캐너가 있다면야 ‘필름을 언제라도 새로 긁어서 파일로 옮길’ 만한데, 이러지를 못하지요. 2001년 여름에 찍은 사진 한 칸이 있는데, 필름스캐너가 숨을 다하기 앞서 이 필름을 틀림없이 새로 긁어 놓았으나, 셈틀 어디로 숨었는지 영 찾아내지 못했어요. 어떡해야 하느냐를 놓고 보름 남짓 망설이고 헤매는데, 갑자기 ‘설마?’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태 안 뒤진, 셈틀 어느 사진칸을 슬쩍 여니, 감쪽같이 이곳에 그 사진이 숨었더군요. 여태 찍은 아름답다고 여기는 ‘헌책집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수두룩하기는 하지만, 꼭 찾아내어 쓰고 싶은 사진이 따로 있어요.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하던 어느 날, 심부름을 맡아 주던 일벗이며 출판사 사장님하고 기획위원 어른 두 분하고 서울역 언저리 〈서울북마트〉로 다같이 책마실을 나온 적 있는데, 그때 얼핏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날 같이 일하던 벗님한테 베푼 마음빛인 사진이랄까요. 제 투덜질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준 일벗은 어디에선가 오늘 하루 즐겁게 살림꽃을 지피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물결치는 책읽기’ 사진은 이때 뒤로 더 찍어 보려고 했는데, 이 사진만큼 찌릿 울리는 사진은 도무지 다시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놓고 늘 이 말을 해요. “사진은 구도를 완벽하게 맞춘다고 해서 찍을 수 있지 않더군요. 똑같은 구도를 빈틈없이 맞추어서 새로 찍더라도 숨결이 깃들지는 않더군요.”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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