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책숲 : 굳이 ‘책숲’이란 이름을 지었고, ‘책집’이란 이름도 짓는다. 책이 있거나 책을 다루거나 책을 사고팔거나 책을 만나거나 책을 읽거나 책으로 잇는 곳은 ‘방(房)’이나 ‘스토어(store)·샵(shop)’이나 ‘점(店)’이란 말로 가리키고 싶지 않다. 한국말은 ‘칸(←방)’이고, ‘가게(←점·스토어·샵)’인데, 한자말로 ‘서림(書林)’이라 하면, 이 말이 ‘책숲’을 가리키는 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뿐더러, 그저 일본스럽거나 중국스럽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한국말로 생각을 짓고 하루를 누리며 사이좋게 얼크러지려는 길이라면 ‘책으로 숲이 되는 자리’를 마을 한켠에 둘 적에 즐거우리라 본다. 예부터 ‘마을’이라면 곁이나 둘레에 ‘숲정이’를 돌보았다. 숲정이는 베지 않는 나무를 건사하는 터이다. 이 숲정이는 비바람을 가려 주고 한여름 불볕을 달래 준다. 그리고 엉뚱한 이들이 마을을 훔쳐보거나 쳐들어오지 못하게끔 막는 구실이 있다. 다시 말해, 마을이라면 으레 숲을 품는 터이다. 책으로 이루는 마을이라면, ‘책마을’이든 ‘마을책집’이든, 으레 숲을 고이 품어서 이웃하고 나누는 터전이 되겠지. 그래서 굳이 ‘책숲’이란 이름을 지었다. 이렇게 이름을 짓고서 다른 낱말을 살피다가 “일본에서 책집 이름으로 꽤 흔히 쓰는 ‘-書林’이란 붙임말이 ‘-책숲’이기도 하네” 하고 깨달았다. 책으로 마을에서 어깨동무하는 즐거운 길을 살피는 분이라면 나라·겨레를 넘어서 마음으로 만나는구나 싶더라. “‘마을책집’은 ‘마을숲’입니다” 하고 간추릴 만하다. “마을책집을 찾아가서 느긋하고 조용하게 책을 몇 자락씩 장만하기도 하고, 가볍고 부드러우며 깨끗하게 책을 누리는 마실길이란, 우리 스스로 마을에 조촐히 숲을 가꾸는 살림길입니다” 하고 보태어 얘기할 만하다. 아이들한테 숲을 물려주고, 숲을 보여주고, 숲을 노래하고, 숲을 이야기하고, 숲을 사랑하는 길을 가르칠 뿐 아니라 함께 새롭게 배우면 참말 아름다우리라. 2020.5.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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