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6


《국어의 앞날을 위하여》

 한글학회 엮음

 한글학회

 1964.11.23.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명사·부사·동사’를 배웠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사전이며 전화를 뒤지면서 살았으니 틀림없이 듣거나 배우기는 했을 텐데, 이런 이름은 늘 헷갈리고 아리송했어요. 중학교에 들어서며 영어를 배우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독일말을 배우며 더더욱 골이 아픕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헌책집을 누비며 혼자서 한국말을 익히던 무렵 비로소 ‘이름씨·어찌씨·움직씨’란 말을 처음으로 듣고 새삼스럽게 싶었어요. 왜 이렇게 바로 알아들을 쉬운말을 학교에서 못 가르쳤을까요? 한글학회에서 1964년에 《국어의 앞날을 위하여》라는 알림책을 찍었습니다. 문교부에서 학교 낱말을 갑작스레 ‘일본 한자말’을 바탕으로 바꾸려 했기 때문인데, 오늘날에도 이 흐름 그대로입니다. 황순원 님이 ‘한겨레의 창조정신을 말살하지 말라’는 이름을 붙여 쓴 글이 돋보입니다. ㅅㄴㄹ


“지금 나이의 나에게는 ‘명사’가 더 입에 익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입에 익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다음에 내가 ‘이름씨’ 대신에 ‘명사’로 써야 한다는 데 대해 반대하는 까닭은, ‘명사’로 쓴다는 것은 결국 한자사용을 영구화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들은 영어나 독일어 같은 외국어 선생들이 ‘명사’로 가르치니까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우리 문법용어도 ‘명사’로 써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이건 전후가 뒤바뀐 말이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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