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그림책꽃 (2017.5.1.)
― 전북 전주 〈책방 같이:가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3길 35
070.7753.7097.
https://blog.naver.com/7097picturebooks
그제 낮에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글쓰기 이야기를 함께했습니다. 지난해에 선보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다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두 가지를 묶어서 ‘시골에서 사전을 짓는 글쓰기’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고흥에서 포항까지 먼길을 간 터라 바로 고흥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모든 길은 서울로’ 이어지는 이 나라 얼거리를 곱씹으면서 서울마실까지 합니다. 서울 거쳐 고흥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기도 합니다.
서울에 들러 한글전각갤러리를 돌아본 다음 하루를 쉬고 이튿날 기차로 전주로 달립니다. 전주 한켠에 곱게 태어난 그림책집 〈책방 같이:가치〉를 꼭 찾아가서 누린 다음에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주로 오랜만에 책집마실을 나옵니다. 혼자 살 적에는 혼자 자전거를 몰고서 전주로 책집마실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살림이기에 여러 해째 책집마실을 되도록 안 했습니다. 새 사전을 엮느라 바쁘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먼저인 터라 ‘책집으로 자전거 타고 가기’는 작은아이가 스무 살 즈음 되면 비로소 나서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조용히 자전거 타기’를 할 생각이에요.
전주역에서 택시를 탑니다. “봄에 어디 존(좋은) 여행 다니시나 봐요?” 하고 묻는 택시일꾼한테 “전주에 멋진 그림책집이 태어났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곳에 가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전주 홍지서림 골목에 있는 헌책집에 다녔는데, 이제는 마을책집에 가려고 전주에 옵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초등학교 앞에서 택시를 내립니다(〈책방 같이:가치〉는 그 뒤 자리를 옮겼습니다). 눈부신 빛살을 받으면서 걷습니다. 이틀을 밖에서 보낸 짐을 묵직하게 끌고 짊어지고 골목을 둘러보니 한눈에 책집이 잘 보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어떤 그림책을 잔뜩 챙겨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며 여닫이를 당겨서 들어갑니다. 이 그림책을 집을까 저 그림책을 집을까 하고 어림하다 보니 어느새 열 자락이 됩니다. 더 고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제 그만 골라야지. 가뜩이나 다른 짐이 넘치는데, 이제는 책을 넣을 틈이 없는걸.’ 하고 생각합니다.
아쉽다면 다음에 곧 다시 들르면 되겠지요. 다음에는 아이랑 함께 찾아올 수 있겠지요. 《실수왕 도시오》(이와이 도시오/김숙 옮김, 북뱅크, 2017)에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케이티 하네트/김경희 옮김, 트리앤북, 2017)에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로라 바카로 시거/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2014)에 《민들레는 민들레》(김장성 글·오형경 그림, 이야기꽃, 2014)에 《바람의 맛》(김유경, 이야기꽃, 2015)에 …… 그림책을 실컷 누립니다.
햇살마냥 마을책집이 눈부십니다. 햇볕마냥 그림책집이 따스합니다. 햇빛마냥 조촐히 아름책집이로구나 싶습니다. 곰곰이 보면 이 땅에 어린이나 푸름이가 느긋하게 머물 쉼터가 없다시피 합니다. 그림책을 꽃처럼 건사한 이 마을책집이란 바로 어린이 쉼터이자 놀이터이지 싶습니다. 그림책이 꽃처럼 피어나는 이 마을책집이란 푸름이도 언제나 상냥한 마음이 되어 하루를 다스릴 만한 모임터이자 사랑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라나 지자체에서 큰돈을 들여 으리으리한 집이나 터를 닦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마다 조촐하니 마을책집을 연다면, 바로 이 마을책집이 저절로 마을을 살찌울 뿐 아니라, 마을 어린이·푸름이가 느긋하게 다니면서 하루를 밝힐 자리가 되리라 느껴요. 그림책꽃이 해사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