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1


《그림일기》

 정경문 글·그림

 영북국민학교

 1977



  1982∼1983년에 국민학교 1∼2학년으로 살면서 그림일기를 썼습니다. 동무들은 글하고 그림을 거의 날마다 그려내야 하는 그림일기를 퍽 힘들어 했습니다. 저는 그림일기를 힘들다고 여기지 않았으나 놀고 심부름하느라 바쁜 나머지 일기쓰기를 미루고 보면 ‘아, 뭘로 채워야 하지?’ 싶었어요. 지난날 어린이는 어버이 일을 거들거나 함께하느라, 또 온갖 심부름을 도맡고 새마을운동에 맞추어 갖가지 치닥거리를 하느라 바쁘며 벅찼습니다. 이제 드는 생각입니다만, 그때 학교에서 ‘왜 일기를 빼먹느냐’고 다그치면서 두들겨패지 말고 날마다 10∼20분쯤 말미를 주어 학교에서 차분히 쓰도록 이끌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헌책집을 다니다 보면 《그림일기》처럼 어린이 일기꾸러미가 더러 나옵니다. 집을 옮기거나 나라를 떠나면서 일기꾸러미를 치웠을까요. 저승사람이 되었을까요. 그냥 묵은 종이뭉치라서 헌종이하고 함께 내놓았을까요. 1977년에 영북국민학교 2학년 어린이가 4∼5월에 쓴 그림일기를 넘기면 동무나 오빠하고 논 얘기, 숙제를 한 얘기, 어머니 심부름 한 얘기, 비오는 날 우산 들고 어머니 마중 다녀온 얘기, 소풀 뜯긴 얘기가 매우 투박하게 한두 줄로 흐릅니다. ‘돌치기’ 놀이를 ‘돌찌’라 적은 사투리가 애틋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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