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12. 열두띠


아이가 어렵게 여기는 말은 안 쓰고 싶습니다. 굳이 어려운 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다고 봅니다. 아직 아이한테 익숙하지는 않되, 앞으로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는 길에 징검다리가 될 만한 말을 가려서 쓰고 싶습니다. 겉보기로는 ‘쉬운말’을 쓰는 듯 여길 만한데, 속보기로는 ‘생각말’을 쓴다고 해야 올발라요. 한참 어리던 날을 되새기면 그때 둘레 어른은 ‘사주·사주팔자’나 ‘길흉화복’ 같은 말을 으레 썼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며 쓸 만한 말씨를 어른 스스로 슬기롭게 생각을 빛내어 지어서 쓰기가 힘들었을까요? 열두 가지 띠를 따질 적에는 ‘열두띠’란 말을 지어서 쓰면 또렷하면서 즐거워요. 굳이 어렵게 뒤집어씌우는 말씨가 되면 밑뜻도 속뜻도 사라지곤 해요. 어린이하고 손잡는 마음으로 쓰는 말씨라면 밑마음도 속마음도 한껏 살려요. 하늘을 날아서 하늘말입니다. 바다를 달리면 바다말이 되겠지요. 발이 셋인 까마귀라 세발까마귀입니다. 발이 셋인 자전거라 세발자전거예요. 말을 어렵게 할수록 생각이 갇히거나 막혀요. 말을 어린이랑 노래하듯 나누려는 마음이라면, 생각이 트이고 빛나요. ㅅㄴㄹ


삶·길·삶길·네길 ← 사주(四柱), 사주팔자, 팔자, 길흉화복

열두띠·열두님·열두지기 ← 십이지(十二支), 십이지신, 십이간지, 십이지간

밑뜻 ← 의중, 본의, 본심, 진의, 진심, 심중, 진정(眞情), 함의, 이데올로기, 요(要), 요는, 요점, 요지

하늘말 ← 천마(天馬)

세발까마귀 ← 삼족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