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5.
《로신선집 3》
로신 글/계용신 옮김, 민족출판사, 1989.2.
후박나무가 곳곳에서 싹을 튼다. 사람이 심은 후박알보다는 새가 심는 후박알이 잘 싹트지 싶다. 새가 꿀꺽 삼키고서 뱃속을 거쳐서 똥으로 빠져나와 흙에 닿을 적에 후박알이 한결 기운을 낼까. 후박나무뿐 아니라 다른 나무도 으레 새가 심는다. 다람쥐는 참나무를 많이 심기로 알려졌는데, 숱한 나무는 다람쥐에 새에 숲짐승하고 멧새를 벗삼아서 온누리를 두루 돌아다니는구나 싶다. 아이들은 후박싹이 트는 곳을 알아차리면 “얘야, 거기서 너 못 자라! 내가 옮겨 줄게!” 하면서 삽이나 호미를 써서 살살 파낸다. 이러고서 마땅한 자리를 찾아서 옮긴다. 이렇게 옮겨심은 후박나무 가운데 꽤 여러 아이를 훔쳐간 사람이 있다. 왜 훔쳐가는지 아리송하지만, 어린나무를 훔쳐가더라. 《로신선집 3》을 읽는다. 지난달에 순천 〈형설서점〉에 갔다가 《로신선집》 넉 자락을 만났다. 우리 책숲에 갖추었는지 안 갖추었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덥석 집었다. 책값으로 얼마를 썼을까. 연변에서 나온 이 책은 앞으로 얼마나 알뜰한 꾸러미로 흐를까. 연변 한겨레가 옮긴 말씨는 북녘말이라 할 만하다. 북녘말로 새로 읽는 로신(노신·루쉰) 이야기는 새삼스럽다. 어떤 한국말로 읽느냐에 따라 이야기빛이 다르다. 이 말빛을 고이 품어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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