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마을책집 : 다들 ‘동네책방’이란 이름을 쓰지만, 나는 굳이 ‘마을책집’이란 이름을 쓴다.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를 고쳐서 쓴다고 여겨도 되겠지만, 이보다는 ‘마을’이라는 곳하고 ‘집’이라는 데를 헤아려서 새말을 지었다고 보아야 맞다. 일제강점기 즈음해서 일본사람은 이 땅에서 널리 쓰던 ‘골·고을·말·마을’ 같은 말씨를 밀어내고 ‘동(洞)’이란 한자를 쓰도록 몰아세웠다. ‘송림동·서초동, 이런 무슨 동’ 하는 말씨가 바로 그때부터 태어난다. ‘-방(房)’이란 한자말도 그렇다. ‘약방·책방·복덕방’ 같은 데에 쓰기는 하나, 여느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은 으레 ‘쌀집·떡집·꽃집·찻집·술집’ 같은 이름을 썼다. 이런 얼거리를 헤아려 보기에 ‘마을 + 책 + 집’인, 그저 수수한 이름인 ‘마을책집’이란 말이 떠오른다. 낱말을 새로 엮었으니, 이제 뜻풀이를 새로 한다. ‘마을책집’은 “마을에서 책으로 숲을 품으면서 아늑하고 아름다운 기운을 나누는 자리”이다. 2019.4.9. ㅅㄴ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