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30. 놀이넋
낮이든 밤이든 살며기 걸음을 떼면 우리 그림자가 따라옵니다. 모든 곳에는 그림자가 남아요. 아니, 우리 뒷그림 같은 그림자랄까요. 우리 뒷모습 같기도 한 그림자요, 우리 삶길에 차곡차곡 자국이 되는 그림자이지 싶어요. 나중에 쓰려고 갈무리하지요. 오래도록 건사하고 싶으니 모아요. 둘레에 나누고 싶어서 그러모으기도 하고, 혼자 쟁일 때가 있지만, 두고두고 퍼뜨리고 싶어서 쌓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또래를 만나면서 어울렸다면, 나이가 들면 ‘띠또래’를 만나면서 반가워요. 웃나이인 띠또래가 있고, 밑나이인 띠또래가 있어요. 손위인 띠또래한테서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지켜보면서 반갑고, 손아래인 띠또래한테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들려주면서 반갑습니다. 언제인가 시금물인 줄 모르고 꿀꺽꿀꺽 잔뜩 마신 적이 있어요. 이 시금시금한 물을 잔뜩 마시니 어질어질했지만 그만큼 속을 말끔히 씻었겠다고 여겼습니다. 괴롭거나 싫은 일이라기보다 놀이처럼 맞이한 살림이랄까요. 언제나 놀이넋이 되자고, 이 놀이얼을 일넋으로 가꾸자고 생각해요. 즐겁게 놀듯 즐겁게 일합니다. 기쁘게 일하듯 기쁘게 놀지요. ㅅㄴㄹ
남다·뒷그림·뒷모습·뒷자치·잔그림·자국·자취·느낌 ← 잔상
갈무리·건사·갖추다·모으다·그러모으다·쌓다·쟁이다·재다 ← 비축
띠또래·띠가 같다 ← 띠동갑
웃나이 ← 연상(年上), 연장(年長), 연장자, 선배, 수상(手上), 상사(上使)
밑나이(아랫나이) ← 연하, 수하(手下)
신물·시금물·시큼물·시다·시금하다·시큼하다 ← 식초
놀이넋·놀이얼 ← 유희정신
일넋·일얼 ← 노동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