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마을 한켠 작은책집은 (2018.7.20.)

― 일본 오사카 히가시코하마 〈後藤書店〉

大阪府 大阪市 住吉區 東粉浜 三丁目 29-4

3 Chome-29-4 Higashikohama, Sumiyoshi Ward, Osaka, 558-0051 

+81 6-6671-5327



  일본 오사카에 ‘blu room R’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깃든 조그마한 쉼터입니다. 몸하고 마음을 새롭게 일깨우는 ‘파란칸’인데, 이곳을 찾아가려고 목돈을 마련해서 마실길에 올랐습니다. 길손집에 묵으면서 블루룸까지 천천히 걸어서, 슬슬 전철로, 씽씽 택시로, 여러 가지로 오가며 일본 골목길이며 골목마을은 한국하고 얼마나 다르며 비슷한가 하고 눈여겨보았습니다. 관광지나 여행지 아닌 수수한 마을살림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마을사람이 저자마실을 하는 데에서 똑같이 저자마실을 하고, 마을사람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데에서 똑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셨어요. 마을사람뿐 아니라 마을 아이들이 쉬거나 뛰노는 곳에서 같이 매미 노래를 듣고 나무그늘을 누리면서 파랗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풀밭에 드러눕기도 합니다.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큰고장이 옴팡 뒤집어져야 한 터라, 여느 큰고장은 일본 마을하고 참 닮았더군요. 집이나 가게에 붙은 일본글을 한글로 바꾸면 감쪽같이 한국처럼 보일 만합니다. 어느 나라나 수수한 마을길은 말끔일꾼 아닌 마을사람 스스로 새벽 아침 낮 저녁에 슬슬 비질을 한다고 느껴요. 일본만 마을길에 쓰레기가 안 뒹굴지 않아요. 한국도 마을길에는 쓰레기가 안 뒹굽니다. 할매 할배가 틈틈이 비질을 하고서 해바라기를 하거든요. 아니, 해바라기를 하다가 비질을 해야 한달까요. 해바라기를 하다가 문득 옆집 둘레에 뒹구는 쓰레기를 보면 스스럼없이 치우는 손길이 마을사람 손길이요 골목사람 눈길이거든요.


  2018년 6월에 오사카 마실을 할 적에는 미처 못 보았으나 7월에 다시 마실을 하면서 히가시코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 한켠에 있는 카레집 맞은쪽에 마을책집이 있는 줄 알아챘습니다. 큰길에 있는 큰책집이 아니요, 마을 한켠에 살짝 깃든 작은책집이라 더더욱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일본 마을책집이니 마땅히 일본글로 적은 일본책만 있겠지요. 그러나 한국말로 안 나온 아름다운 만화책이며 사진책이며 그림책을 만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책이 수두룩하거든요. 아이들하고 곁님한테 “살짝 들어가 보면 안 될까?” 하고 묻고 싶으나, 더위에 지치고 낮잠이 몰려온 모습을 느끼고는 “사진만 몇 자락 얼른 찍을게.” 하고 말합니다.


  이다음에 오사카로 마실을 새로 나올 수 있다면 꼭 들르기로, 그때에는 하루를 잡고서, 작은 마을책집이 품고 길어온 오랜 발자취하고 손때를 맞아들여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마을 어린이한테 즐겁게 피어날 꿈을 베푼 책을 나누어 온 곳일 테니. 마을 어른한테 넉넉히 살림짓는 사랑을 들려준 책을 펼쳐 온 자리일 테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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