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기계랑 사람 : 돌아가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했다만, 어른을 ‘섬긴다’거나 ‘존경’한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하지 않았다. 떠난 어른이 남긴 뜻을 찬찬히 밝히는 일하고 ‘섬기기·존경’은 확 다르니까. 어느 분이 “언중(言衆)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표현들” 같은 말씨를 쓰더라. “의도적으로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한다고도 하더라. 이런 말씨를 쓰면서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씨’를 헤아리거나 쉽게 말하려 한다는데, 하나도 믿기지 않는다. 아니, 눈속임이나 거짓말이로구나 싶다. 아니, 겉치레이거나 자랑질이나 잘난척이지 싶다. 미국사람이 미국말 하기가 어려울까? 일본사람이 일본말 하기가 힘들까? 어느 나라 사람이건, ‘아이하고 주고받는 말’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면서,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들려주고, 아이가 물려받아서 아이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을 빛내며 가꿀 말’을 가만히 돌아보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저절로 ‘즐겁게 우리말로 생각을 짓고 빛내어 나누는 살림길’이 되겠지. 덧붙이자면, 모든 사전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쓰기 때문에 어떤 사전도 ‘객관적’이지 않다. 사전이란 책에 뜻풀이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면, 진작에 사전짓기 같은 일은 기계한테 맡기고 사람은 이 일을 안 했겠지. 사전이건 책이건 모두 ‘사람이 짓’는다. ‘사람이 짓는다 = 그 사람 마음이 깃든다’요, 이는 “언중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표현들이 아닌 말”로 하자면 ‘모든 책과 사전 = 주관적’이란 소리이다. 너랑 내가 왜 만나는가? 우리는 서로 ‘객관적 시각으로 관찰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만날까? 씨나락 까먹는 소리이다. 우리는 서로 ‘다 다른 눈(주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면서 즐겁고 신나고 사랑스러우’니까 만난다. 모든 만남은 사랑이다. 사랑인 ‘주관적’이다. 2015.3.3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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