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그림책을 빵처럼 신나게 (2019.11.28.)

― 광주 〈책빵〉

광주 동구 필문대로 192번길 32-4

062.655.9250.



  광주에서 하룻밤을 묵습니다. 길손집에 들기 앞서 책집을 먼저 들렀고, 묵직한 짐꾸러미를 길손집에 차곡차곡 내려놓은 다음에 가벼운 차림으로 산수시장을 거닐려고 하는데, 저잣거리 어귀에 빵집처럼 보이는 책집이, 아니 책집처럼 보이는 빵집이 있습니다. 저잣길을 걷고서 들를는지, 먼저 이곳을 들를는지 한동안 망설이다가, 저녁이 깊으면 이곳이 먼저 문을 닫을 수 있으니 얼른 들르자고 생각합니다.


  해가 떨어져 캄캄한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책빵〉은 한켠에는 빵, 한켠에는 그림책이 가득합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마실했다면 이런저런 빵을 골랐을 터이나, 혼마실인 터라 한두 조각만 먹을 만하니 한두 가지만 고르고서 그림책 놓인 자리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책빵지기’님 말씀을 들으니 이곳에 놓은 그림책은 ‘이곳에 와서 읽을 수만 있다’고 합니다. 빵집지기로 계신 분은 빵굽기도 즐기지만 그림책도 무척 즐긴다고 말씀하셔요. 빵집에는 어린이 손님이 자주 찾아오고, 빵을 기다리는 동안 폭신걸상에 앉아서 그림책을 누리면 좋으리라 여겨 이처럼 ‘책 + 빵’인 가게를 꾸린다고 합니다.


  그동안 읽은 그림책도 많이 보이지만,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은 그림책도 꽤 보입니다. 《즐거운 빵 만들기》(간자와 도시코 글·하야시 아키코 그림/김나은 옮김, 한림출판사, 2008)나 《고릴라 아저씨네 빵집》(시라이 미카코 글·와타나베 아키오 그림/남경희 옮김, 한림출판사, 2008) 같은 그림책은 처음 만납니다. 빵굽기에 그다지 마음을 안 기울인 터라 이런 그림책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두 가지 그림책을 마을책집에서 장만해 보자고 생각하는데, 《손, 손, 내 손은》(테드 랜드 그림+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이상희 옮김, 열린어린이, 2005)이 보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그동안 읽고 누리며 아이하고 함께 읽은 숱한 그림책 가운데 더없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손, 손, 내 손은》인걸요. 큰아이가 이 그림책을 낡고 닳고 해지도록 읽어 주었기에 새로 한 자락 더 장만하기도 했고, 영어 그림책을 여러 자락 장만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빵을 굽는다면 이곳 빵에는 상냥한 기운이 감돌겠지요. 빵을 사랑하는 손길로 그림책을 편다면 이곳에서 읽는 그림책에는 고운 마음이 어우러지겠지요.


  글을 쓰는 분들이 ‘글쓰는 손’을 ‘살림하는 손’으로도 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그림그리는 손’을 ‘살림을 사랑하는 손’으로도 이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는 분들이 ‘사진찍는 손’을 ‘살림을 꿈으로 짓는 손’으로도 엮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온누리 골골샅샅에서 이 일 저 일 하는 뭇어른이 ‘일하는 손’을 ‘놀이하는 손’으로 잇고 ‘사랑스레 살림하는 손’으로 여미며 ‘숲을 고이 품는 손’으로 가만가만 풀어낸다면 가없이 아름답겠네 하고도 생각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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