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22. 잎비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란 다음에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았고, 충북 멧골자락에서 다섯 해쯤 사는 동안, 여름에 잎이 지는 나무는 못 보았습니다. 전남 고흥이란 고장으로 옮겨서 열 해를 넘게 살며 여름날 ‘잎비’를 내리는 늘푸른나무를 마주합니다. 늘푸른나무는 여름에 잎갈이를 하는군요. 잎갈이를 하는 나무를 마당에 두고서 철마다 다르게 마주하며 생각해 봅니다. 늘 푸른 빛이 되도록 살며시 잎비를 내리는 잎갈이를 하듯, 우리 삶터에서도 푸르게 곱게 살림을 잇도록 일자리도 이렇게 갈마들면 좋겠어요. 부드럽고 따스히 물려주고 물려받으면 될 테지요. 사람이 살지 않아 빈섬이라고 하지만, 사람만 없을 뿐 푸나무가 우거지고 새랑 숲짐승이 오붓합니다. 사람이 없기에 고요섬이라지만, 사람이 없으니 외려 아름섬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제 밥그릇 때문에 숲을 마구 망가뜨리는 사람이 없을 적에 온누리에 맑고 밝은 빛이 고루 퍼지니까요. 대단하지요. 사람도 처음부터 막삽질을 일삼지 않았을 텐데 첫마음을 잃었으니까요. 앞으로는 고요하며 참한 첫마음을 되찾아서 얄궂은 이 터전을 재미나며 알뜰한 꽃터로 바꾸어 낸다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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