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마실


두 아이, 네 사람 (2020.2.8.)

― 전남 순천 〈책방 심다〉

전남 순천시 역전2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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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 새옷을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합니다. 고흥이란 시골에서는 어린이옷을 장만하기 참 어렵습니다. 아니, 장만할 수 없다고 해야 맞습니다. 아마 다른 시골에서도 매한가지일 테지요.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이·푸름이가 입을 만한 옷을, 더구나 화학천이 아닌 솜천·삼천으로 지은 옷을 갖춘 가게가 있는 시골은 없다시피 하거든요. 이러한 얼거리를 시골 지자체는 얼마나 알까요?


  어린이가 사서 입을 만한 옷이나 신이 없는 시골이라면 손수 짓는 길을 익힐 적에 가장 낫습니다. 열세 살 큰아이는 틈틈이 어머니한테서 뜨개질을 배웁니다. 작은아이는 어머니한테서 빵이며 케익을 집에서 굽는 길을 배웠습니다. 작은아이도 머잖아 찬찬한 손놀림을 가다듬어 뜨개질을 익히면 손수 옷을 짓겠지요.


  앞날은 앞날이고 오늘은 오늘인 터라 순천에 있는 큰 옷집에 들러 아이들 옷을 장만합니다. 곁님이 입을 옷은 큰아이가 골라 줍니다. 이다음에는 볕이 좋은 곳을 찾아서 도시락을 누립니다. 도시락을 느긋이 누리며 비둘기하고 놀고서 〈책방 심다〉를 찾아갑니다.


  곧 〈심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하고, 〈심다〉는 순천에 뿌리를 내린 지 넉 돌을 맞이합니다. 고장을 밝히는 책집 하나가 넉 돌이라는 나날을 살아낸 이야기는 이모저모 알뜰하게 《한 달 책방》에 흐르기도 하는데, ‘심다’란 이름으로 펴내는 책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을책집에서 펴낸 책을 마을책집을 찾아와서 장만한달까요. 《나랑 자고 가요》(광양동초 1학년 1반 어린이·김영숙 엮음, 심다, 2020)하고 《왜 이제 오셨소》(너머, 심다, 2019)를 고릅니다. 어린이가 어린이로서 쓴 글을 묶은 책이 반갑고, 할머니를 할머니로 마주하며 쓴 글을 여민 책도 따스합니다. 마을책집 출판사이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길어올려서 나눌 수 있겠구나 싶어요. 더 커야 하지 않거든요. 더 넓어야 하지 않아요. 우리 삶자리에서 오늘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담으면 됩니다. 스스로 누린 하루를 스스로 씁니다. 스스로 짓는 꿈을 스스로 사랑이라는 손길로 옮깁니다.


  이 책들 곁에 《오늘의 심장예보》(나주중앙초 4학년 4반 어린이·유재영 엮음, 인디펍, 2019)가 있어서 함께 고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글쓰기를 할 적에는 아무래도 수업시간이라는 틀이 있어서 조금 더 홀가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놀면서 시계를 안 봐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도 시계를 안 보고 마음껏 누릴 적에 더없이 눈부시도록 피어나는 글이며 그림을 내놓습니다.


  학교에서는 수업 때문에 짧게 쓰고 그쳐야 하는데, 하루를 오롯이 글쓰기나 그림그리기에만 들이는 길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하루를 오롯이 노래하고 춤추고 노는 데에만 쓰는 수업 얼개가 된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이러면서 어린이가 스스로 밥을 지어서 먹도록 하면 아주 좋지요. 어른들이 지어서 주는 밥이 아닌, 어린이가 지어서 어른한테도 나누어 주는 밥차림을 해본달까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어린이 솜씨란 대단히 좋습니다.


  함께 책마실을 나온 두 어린이는 저마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들춥니다.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오카 에리 글·D.유카리 그림/황국영 옮김, 자기만의방, 2020)를 쥡니다. ‘오랫동안 내가 싫었다’는 이야기란, ‘이제 나를 사랑하는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로 맞물릴 테지요.


  밑바닥으로 가라앉았기에, 끝없이 곤두박질쳤기에, 어느새 모든 앙금을 다시 바라보면서 달래는 길을 찾는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보지 않았다면 이 밑마음을 못 볼는지 몰라요. 언제나 하늘을 나는 삶도 아름다울 테고, 밑바닥에서 뒹굴다가 스스로 허물을 달래면서 활짝 웃는 길을 찾는 살림도 아름다울 테지요. 밉고 싫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저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기에 책쓴님은 여러 이웃한테 이녁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면서 어깨동무하는 삶빛을 반짝이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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