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16.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서령 글, 푸른역사, 2019.1.29.



어젯밤에 고흥으로 돌아왔다. 나는 달력을 안 보고 살기에 반소매옷을 입기로 한다. 웃옷이 반소매이니, 아랫도리도 반바지를 꿴다. 날씨가 춥다면 우리 마음이 춥겠지. 날씨가 포근하다면 우리 마음이 포근하겠지. 비바람이 몰아치는 까닭은 알기 쉽다. 우리가 이 땅을 누리면서 꽤나 더럽힌 탓이다. 보금자리에 돌아와서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수다를 떨다가, 국수를 끓여 먹다가, 한나절쯤 곯아떨어졌다. 아이들이 조잘대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고 일어나니 참 개운하다. 어버이로 살면 언제나 아이들이 새롭게 기운을 북돋운달까.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란 책이 처음 나올 무렵 다들 이 책이 대단하며 좋다고 하던데, 난 시큰둥했다. ‘-적(炙)’이 뭔데 싶더라. ‘산적(散炙)’도 얄딱구리한 말이다. 그냥 ‘꼬치구이’잖은가? 배추을 구우면 ‘배추구이’라 하면 될 말을, 왜 먹물들 말씨마냥 ‘炙炙’거릴까? 어머니 손맛을 기리는 글이라면 어머니 살림길을 헤아리는 말씨로 풀어낼 만했을 텐데. 지난날 《샘이깊은물》이나 《뿌리깊은나무》 편집장 하시던 분들을 뵐 적에 ‘멋부리는 잘난척하는 말’은 안 써도 되지 않느냐고 따진 일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분들, 영어 참 즐기시더라. 멋부린 잘난 말 한 줄을 손질해 본다. ㅅㄴㄹ



우리 민족은 음식재료를 파쇄破碎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미각의 차이를 민감하게 캐치했다

→ 우리 겨레는 밥감을 찧는 길이 다르면 맛이 다른 줄 바로 알았다

→ 우리 겨레는 밥거리를 다르게 다지면 맛이 바뀌는 줄 곧장 느꼈다

→ 우리 겨레는 밥감을 달리 바수면 맛도 새로운 줄 이내 알아챘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김서령, 푸른역사, 2019)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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