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교정교열 : 다른 사람이 쓴 책도 나쁘지 않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살림길을 글로 담아서 책으로 내고 싶은데, 여러모로 글쓰기나 글손질을 어떻게 가누면 되는가를 몰라서 물어보는 이웃님이 있다. 이때에 늘 여쭙는 말씀을 옮겨 본다. “남한테 읽힐 글을 쓰려고 하지 마시고, 누구보다도 첫째인 읽음이(독자)는 바로 우리 스스로인 줄 알아야 해요. 가장 크고 사랑스러운 읽음이는 바로 나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우리가 쓰는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활짝 웃거나 슬프다고 눈물방울이 똑똑 떨어질 수 있어야 해요. 남이 읽고서 웃어 주거나 울어 줄 글이 아닌,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저절로 웃음이 터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그런 글쓰기가 되면 됩니다. 자, 글쓰기란 이와 같은데요, 교정교열이라고도 하는 글손질은 어떠하느냐 하면, 우리 스스로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글을 쓰지 않으면, 이 글을 되읽으면서 손질할 적에 지치고 괴롭답니다. 생각해 보시겠어요? 잘 읽히거나 팔려서 돈이 되기를 바라는 글로 책을 여민다고 할 적에, ‘똑같은 글을 세벌 네벌 다시 읽고서 틀린글씨 하나를 찾아내야 하는’데요, 마음이 끌리지 않거나 가지 않는 글을 되읽기란 끔찍하겠지요. 저는 사전을 쓰는 사람이라서, 제가 쓰는 사전은 적어도 열다섯벌을 되읽으면서 손질해요. 2016년에 선보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서른벌을 되읽고 손질하느라, 저도 힘을 쫙 빼야 했습니다만, 출판사에서도 몹시 애써 주셨지요. 사전이야 워낙 꼼꼼하게 보아야 하니 열다섯벌도 서른벌도 잘 참아내며 되읽는데요, 여느 책이라면 적어도 다섯벌은 되읽고서 손질할 노릇입니다. 틀린글씨 하나를 살피려고 다섯벌을 되읽는 글이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신가요? 좀 아실까요? 스스로 며칠 만에 다섯벌을 되읽으면서도 기뻐서 웃음이 나고 슬퍼서 눈물이 날 만한 이야기를 쓰신다면 책을 펴낼 만해요. 날마다 한벌씩 되읽기를 서른 날을 잇달아 하는, 그러니까 서른 날에 걸쳐 서른벌을 되읽으면서도 언제나 웃음눈물이 갈마드는 이야기를 글로 쓰셨다면, 그 책은 둘레에서 널리 읽어 주거나 아껴 주지 않아도, 이러한 글을 책으로 엮은 이웃님한테 가장 빛나는 사랑으로 남을 테고, 이 빛나는 사랑은 아이들한테 넉넉히 물려줄 만하리라 생각해요.” 2020.2.14.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