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 - 단단하게 주장하는 어린이 글 글놀이터 1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엮음 / 삶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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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5


《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

 시흥 어린이 글

 삶말

 2019.12.1.



아빠는 사실 어렸을 때 밖에서 논 적이 거의 없다고 하신다. 그 말씀을 나는 믿는다. 아빠가 못 놀았으니까 우리도 못 놀게 하는 것 같다. (양교근 5학년/47쪽)


제가 왜 요리를 배워야 하냐면요. 첫째, 요리를 하면 미래 아내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어요. 둘째, 엄마가 요리하기 힘들 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잖아요. 셋째, 제가 혼자 있을 때 제가 밥을 먹을 수 있잖아요. (임우찬 5학년/50쪽)


놀리고 도망가는 남자애들, 어쩔 땐 때리고 도망치는 애들을 때리려고 따라가면 어쩜 빨리 도망가는지 잡을 수가 없다. 놀리고 도망치는 애들은 재미있겠지만 놀림 받는 애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이미경 5학년/74쪽)


친구들의 큰 문제는 단 하나다. 바로 ‘서로서로 욕(뒷담)하기’이다. 친구들과 함께 친하게 다니는데 또 다른 곳에 가서는 서로의 욕을 하고 다니니까 서로를 믿지 못해 더욱 친해질 수가 없는 것 같다. (신윤주 6학년/83쪽)


어른들! 어린이들에게 구박만 하지 마시고 어른들이 먼저 실천해 주시고 어린이들에게 말해 주시면 좋겠어요. 항상 먼저 실천해 주세요. (이은서 6학년/118쪽)


아이들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므로 아이들끼리 비교하며 누구처럼 되고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의 학교는 자신에 맞는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이주헌 6학년/119쪽)



  숱한 어른이 놓치는 무서운 대목을 하나 든다면, 모든 어른은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뛰놀다가 어린이로 크면서 푸름이를 거치고 어른이라는 자리에 선 숨결인 줄 자꾸 잊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 = 불완전한 존재’라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일삼지요. ‘불완전한 존재’는 일본 말씨이기도 합니다만, ‘엉성한 숨결’이란 온누리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머니 품에서 자라는 두어 달 숨결도 어엿이 ‘오롯한 빛’입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이 꽤 많이 나옵니다.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은 ‘쏟아진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엄청나게 나옵니다. 그렇지만 잘 둘러보셔요. ‘어린이가 손수 그리거나 지은 그림책’은 얼마나 되나요? ‘어른이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책’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이웃이나 동무 어린이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은 책’은 얼마나 있는지요?


  2020년 2월 어느 날, 저는 열세 살 어린이가 손수 지은 ‘그림꾸러미’를 어느 ‘그림책 전문 출판사’에 보내 보았습니다. 그림책으로 삼을 만한지 여쭈었어요. 그 출판사에서 대표를 맡는 분은 ‘원숙한 화가’ 그림만 책으로 엮는다고 말하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아니, ‘원숙’한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요? 참말로 온누리 어디에도 ‘원숙’한 그림이란 없습니다.


  엘사 베스코브도, 이와사키 치히로도, 윌리엄 스타이그도, 바바라 쿠니도, 가브리엘 벵상도, 나카가와 치히로도, 닥터 수스도, 리처드 스캐리도, ‘원숙’한 그림인 적이 없습니다. 온누리에서 사랑받는 모든 그림책 지음이는 늘 새롭게 거듭나려애썼어요. ‘무르익은’ 그림이 아니라, 어린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신나게 뛰어노는 마음을 웃음빛하고 눈물빛으로 담아낸 그림일 뿐입니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교사들이 땀흘려서 엮은 《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시흥 어린이, 삶말, 2019)는 어린이 목소리가 낱낱이 흐릅니다. ‘삶말’이란 이름인 출판사에서는 어린이가 손수 쓴 글을 꾸준히 책으로 묶습니다. 이 출판사는 나라 곳곳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가 스스로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숨결인가를 스스로 배우도록 이끄는 길을 가면서 바지런히 책까지 짓습니다.


  어린이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우리 어른은 어린이 목소리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는가요? 어린이가 바라는 뜻을 ‘나중’이라는 핑계를 들면서 미루지는 않나요? ‘넌 아직 어려’란 말로 자르지는 않나요? ‘네가 아직 사회경험이 없으니 몰라서 그래’ 같은 막말을 일삼지는 않나요?


  어린이는 언제나 마음으로 말을 합니다.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어린이라는 숨빛을 잊거나 잃지 않은 어른이라면, 마흔 살이건 쉰 살이건 일흔 살이건 이 어른도 마음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겠지요.


  마음으로 밥을 짓기에 배불리 먹어요. 마음으로 뜨개질을 하고 옷을 지으니 곱게 차려입어요. 마음으로 살림을 가꾸기에 우리 보금자리가 알뜰해요. 마음으로 사귀고 동무가 되니,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싱그럽습니다. 모두 다 마음이에요. 마음 아닌 일이란 있지 않아요. 이 나라 어른들이 “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라는 어린이 마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어요. 정치나 행정을 하지 말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어린이하고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살림’을 짓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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