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조리 세계사 - 침이 고이는 명작 속 음식 여행
손주현 지음, 이희은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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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4


《요리조리 세계사》

 손주현 글

 여희은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19.6.28.



기록에 따르면 스위스 산간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1년에 딱 두 번만 빵을 구웠대. 상상해 봐. 구운 지 6개월 된 빵이라니! (38쪽)


영국인들은 식민지인 아일랜드의 거대한 농장을 빼앗아 콘비프를 만드는 공장을 세우고 아일랜드인에게 강제로 일을 시켰어. 아일랜드인들은 죽어라 일하면서도 그 좋아하는 콘비프를 맛보지도 못한 채 영국 배에 실어야 했어. (59쪽)


전쟁이 한창이었던 때, (네덜란드) 시민들은 성에 갇혀 있느라 굶어죽기 직전이 되었어. 그러자 독립군은 이들에게 빵과 청어를 나누어 주었고, 시민들은 이를 먹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지. (120쪽)


그러다 그리스가 망하고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소시지는 로마로 흘러들어 갔어. 로마 황제는 소시지를 먹어 보고 이렇게 맛있는 것을 일반 시민이 먹는 것은 사치라며 서민들이 소시지를 먹는 것을 금지했다고 해. 부스러기 고기와 피를 버리기 아까워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인데 맛있다는 이유로 금지하다니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지. (132쪽)



  저는 어릴 적부터 큰고장이 싫었습니다. 참으로 싫었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다음에 스무 살부터 아홉 해를 서울에서 살고, 인천으로 돌아가서 큰아이를 낳고는, 그 뒤로 시골로 조용히 깃들었는데요, 이 나라 큰고장은 어디를 가든 느긋하게 쉴 자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어른이라면 가볍게 노닥거리는 자리가 드문드문 있는데, 어린이나 푸름이가 마음을 느긋하게 가누면서 쉴 자리는 눈 씻고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큰고장을 다스린다는 시장이라든지, 서울 여의도나 청와대에서 일한다는 어른치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흙을 만지고 밟고 풀꽃을 사귀면서 나무를 타고 오르다가 뒹굴뒹굴할 만한 잔디밭을 마련하는 길에 마음이며 돈을 쓰는 사람이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잘 보셔요. 어린이 쉼터가 어디 있나요? 푸름이 놀이터가 어디 있지요? ‘돈을 내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쉰다든지, 동무하고 어울리며 깔깔깔 떠들며 뛰어놀 자리란 이 나라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린이인문 《요리조리 세계사》(손주현·여희은, 책과함께어린이, 2019)를 읽는 동안 ‘밥차림으로 살피는 세계 역사’보다도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누릴 느긋한 놀이터’가 자꾸 생각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이 책에서 짚는 ‘밥차림 세계사’는 하나같이 ‘여느 사람 밥차림’이에요. 수수한 살림에서 태어난 밥차림이 어느새 온누리에 두루 퍼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른바 ‘가난한 서민’이 수수한 밥차림을 누렸다고 할 적에 그무렵 아이들은 들이고 숲이고 바다이고 냇물이고 마음껏 가로지르면서 뛰어다녔어요. 그무렵 아이들은 집에서 차려준 밥도 먹었겠지만, 들이며 숲이며 바다이며 냇물이며, 스스로 풀열매나 풀잎이나 물고기를 손수 찾아서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들하고 숲이 아이들 ‘주전부리 놀이터’였달까요.


  이 책 《요리조리 세계사》가 아쉽다면 바로 이 대목이에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밥차림 세계 역사’라면, 들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마음껏 뛰놀던 온누리 아이들이 어떤 주전부리를 어떤 숲에서 어떻게 누리면서 자랐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면 좋겠어요. 이 땅에서는 메뚜기나 개구리가 멋진 주전부리였고, 시내에서 낚은 물고기도 주전부리였으며, 감자나 보리에다가 찔레싹이며 들딸기이며 개암이며 참말로 주전부리가 가득가득합니다. 유럽이며 아메리카이며 아프리카이며 아시아이며, 이런 여러 나라 ‘숲 주전부리’를 다룬, 제대로 ‘밥차림 세계 역사’를 다룰 어린이인문은 언제쯤 나올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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